不平則鳴

꽃과 바람

*garden 2011. 4. 25. 13:02




사람과 사람 사이란, 어느 때 엇나가면 걷잡을 수 없다.
요즘 지각이 잦아요.
조금 먼 거리에서 출퇴근하는 사무실 아가씨. 늘 정시를 조금씩 넘겨 지각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두어 번 그런다면 눈 감아 줄 수 있지만 상습적이라 참을 수 없다. 눈을 부라렸더니 기어들어가는 소리이다. 변명거리도 잦아지자 뻔하다. 헌데 한 자리 건너 다른 사람도 역시 그쪽에서 오건만 이이는 대조적으로 일찍 나와 자리에 떠억하니 앉아 업무에 열중한다.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각이야 사소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하루 일과가 답답하다. 습관이라지만 당연히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정신 상태가 문제야. 마지 못해 끌려 다니는 것과 솔선해서 하려는 마음은 천양지차이다.
전날도 여지없이 지각한 이에게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 우물쭈물하다가 내가 지각을 하게 되었다. 이래서야 면목이 안서. 하필이면 오늘 늦을 게 뭐야. 서두르며 자책한다고 주변 여건이 나아질 리 없다. 집을 나와 한참을 달려가다가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났다. 내쳐 갈 수도 없어 답답하다. 불법으로 차를 되돌리고는 허겁지겁 쫓아간다. 시각을 제자리에 고정시켜 두고 싶건만, 오늘이야말로 아침이 어찌나 쏜살처럼 내닫는지. 자동차로 빽빽한 강변도로를 떠올린다. 막히는 구간을 떠올리자 아찔하다. 너무나 지체했어. 이런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나을거야. 헐레벌떡 달려가지만 역에 도착하자 저만큼 떠나버리는 얄미운 전동차, 급하면 연결마저 여의치 않다. 또한, 갈아타야 하는 연결통로는 왜 이렇게 길어. 그나마 사람이 북적여 나아가기 어렵다. 오늘 따라 왜 이러지? 이마에 난 땀을 훔친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낭패한 모습이 뻔하다. 앞을 가로막고 움직이는 할머니 걸음이 굼벵이 같다. 이를 앞서려다가 아뿔싸! 무거운 보따리를 건드리는 바람에 비틀거린다. 부축하고서는 살피는데 힘겨운 기색이 역력하다. 내친 김에 짐을 빼앗아 들었다. 저까지 제가 들어 들이지요. 감지덕지할 줄 알았는데 묵묵부답인 할머니를 슬쩍 훔쳐본다. 자글자글한 주름 가득한 얼굴에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다. 조심스레 보조를 맞춘다. 그래도 처지는 할머니. 제 한몸 힘에 부친 것도 모자라 간신히 떼는 걸음이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기처럼 아장거린다. 별 수 없이 할머니를 부축해 이끈다. 플랫폼에 전동차가 들어왔는지 사람들이 다급하게 쫓아나갔다. 허, 이게 무슨 꼴이람. 중얼거리다가는 입을 다물었다. 한때 피어나는 꽃처럼 향기로웠을 당신. 미소를 지으면 주변이 봄날처럼 환했겠지. 거친 삶에 찌들고 세월의 더께에 눌려 처진 몸뚱이가 어느덧 거추장스럽다니. 옆을 스쳐 지나는 인파에 주눅 들어 어쩔 줄 모르는 걸음이야말로 감히 나무랄 수 없는 삶이지 않은가. 할머니에게 보조를 맞춰 타박타박 걸었다. 야생마처럼 날뛰던 시간이 비로소 가라앉았다. 저만큼에서 꼬물거리던 계절이 순식간에 달려와 싱그럽게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Tom Barabas, Fre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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