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소통이라는 것

*garden 2011. 5. 3. 10:44




겨우내 참고 견뎠다가 터뜨린 꽃망울. 봄날이 환해 좋기만 한데, 비 온 다음 흩어진 꽃이 처연하다. 꽃의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이다. 이는 스스로를 버림으로써 자연에 대한 순리를 따르는 몸짓이다, 소통이다.


신라 대신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소원처럼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왜냐하면 상상이나 바람, 추측 대신 해석과 고증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미래를 읽기 위해 반추하는 것이므로, 시대에 맞는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다. 계백은 왜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황산벌에 진을 쳤을까. 이순신은 임란의 마지막 전투인 명량해전에서 꼭 죽어야만 했을까 등.
자리에서 눈 뜨면 나보다 먼저 깨인 만 가지 생각이 짠 촘촘한 그물이 보인다. 필요한 곳에만 생각을 집중해야지.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결연해야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 전장. 비록 한 걸음 앞이 불구덩이라도 발을 떼어야지. 물러서기를 작정하면 이길 수 없다. 기우지만 살아남으려고 하지 말자. 삶이 죽음보다 구차해질 수도 있다. 마땅히 장수는 전장터에서 죽어야만 한다. 내 전장터가 저기인가.


섭섭하다, 소통 없는 일방통행에 대하여. 영업쪽 의견대로 움직이는 사장은, 여건이 악화되자 화살을 안쪽으로 돌린다. 최고의 상품을 왜 만들어 주지 못하느냐고 질책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말해야지, 감정적 폄하로 일시에 한쪽을 매도하다니. 사사건건 제약을 가해 기획한 코끼리를 토끼로 만들어 놓은 건 누구인가. 만들면 소화할 능력이나 있느냐고 반문하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오가는 말에 날을 세우자 차원이 달라졌다. 자존심 문제로 비화되었다. 걷잡을 수 없다. 사무실 사람들에게도 못을 쳐둔다. 내 말 없이는 절대 움직이지 마. 소통을 끊어 버렸다. 몇 해가 지났다. 가히 그렇게도 견딜 수 있다. 의례적인 일만 처리한다면 답답할 것도 없다. 사장도 나쯤이야 안보는 게 편할게다. 눈엣가시 같으니. 헌데 집요한 이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욱죈다. 나도 의문부호를 달아 놓았다. 통하면 좋겠지요. 공과를 따져 달라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인정해야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을까요.


큰 녀석은 왜 안부 전화 한 번 없어. 주머니 사정이 궁하면 득달같이 연락을 해대다가 뚝 끊어졌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으니 기다리자. 부르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 작은녀석에게도 벼르는 중이다. 오늘은 어떻더냐. 시험은 잘쳤느냐. 옷은 뭘 입고 갔느냐. 필요한 건 없느냐. 아빠가 전화할 땐 왜 안받느냐. 입술을 우물거리며 담고는 기다리지만 밤이 이슥해서야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는 아이를 차마 붙잡아 앉힐 수 있어야지. 고작 던지는 한 마디가 뻔하다.
피곤하겠구나. 밥은 먹었냐? 들어가 자거라.


분류해 두어 사방을 가로지른 칸. 다음 칸으로 넘어가기 전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준비라도 해야 할텐데. 낮은 밤과 쉽게도 교대한다. 봄은 알게 모르게 여름으로 통하고 있다. 고집 센 당나귀처럼 뿔이 나도 견뎌야지. 소통 없이 사는 것도 버릇이 되어 버렸다.













Karunesh, Moon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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