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변해가네

*garden 2011. 4. 28. 13:32




탤런트가 되고 싶은 우리 꼬마. 거울 앞에서 토끼춤 흉내도 내고 고개를 꼬아 본다. 김희선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 웃지를 않나, 최지우처럼 우는 표정도 짓는다. 언제까지 저럴까 싶었는데 바람이 잦아들더니 대신에 탤런트처럼 진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꿈을 접는 것도, 느닷없는 변화도 받아들이기 난처해 씁쓸하다.
꼭 그렇게 하고 다녀야겠니?
아빠도 차암.
아빠는 네가 억지로 화장을 하지 않아도 백합꽃처럼 환하다고 생각하거든.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왜 싫을까. 돋보이려고, 남에게 잘보이려고, 혹은 자기 만족과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화장하는 사람들. 화장이 일상이어서 이를 간섭하면 그야말로 큰일난다. 심지어는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도 진작 화장 대열에 합류했다. 머리를 장발 이상으로 길게 기르거나 여자처럼 땋고 묶는 건 물론이고 미용실에 가 퍼머도 한다. 손톱손질이나 피어싱은 예사이고 귀걸이나 코걸이 등의 악세사리 착용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끔찍해 하는 나야말로 세태에 뒤떨어진 낙제생인가. 향수 냄새에 찡그리거나 스킨이나 로션 등을 찍어 바르지 않는 건 말할 필요 없고, 샴푸나 쉐이빙크림 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관심 없으니.
맨손으로 흙 한번 버릊지 않으며, 전장에 나가는 인디언도 아니면서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채 둥둥 떠다니는 군상을 보면 씁쓸하다.


아침 일과가 허둥대는 건 왜일까. 날마다 달라져야 새로운 건지, 세면이나 면도를 하지 않을 수야 없다. 귀찮아도 닦아야지. 수동면도기를 쓰는데 이도 으레껏 행할 수밖에. 며칠 전부터 칼날이 꺼끌댄다. 미묘한 감촉이 다를 때 갈았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뤘다. 사선으로 입술 위쪽을 쓰윽 긁는데 뜨끔하다. 살이 베었나. 순식간에 피 범벅이 되었다. 상처를 보려고 맨살을 훑어도 아릿한 아픔만 느껴질 뿐 순식간에 핏물이 번져 살펴볼 수 없다. 핏방울이 떨어진다. 엉망진창인 세면대를 짚고 선 거울 안 사내를 들여다 본다. 이후의 처리를 어떻게 할까. 우선 여기저기 떨어진 핏물을 지워야겠지. 수건 등에 자국이라도 남기지 말아야지. 상처에 바를 마땅한 연고가 어디 있더라. 가만, 무심한 눈길의 저 사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무언가. 천하태평인 척하며 좌불안석인 마음 상태를 가린 화장기를 생각하자 떨떠름하다.


딱히 한 곳에 시선을 두지 않은 나날, 이른 아침 강변을 서성였다. 인적 끊어진 폐가를 업고, 죽어도 사는 나무인 살구나무가 환한 옛적을 떠올리며 피웠다가 이제 여남은 꽃마저 떨어뜨리면서 나를 따르고 있었다. 마른 풀섶이 들썩이다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서는 눈치를 본다. 억지로 너와 노닥거리고 싶지 않아. 눈길을 돌리는 내 서늘함이 달갑지 않은 듯 이 녀석은 일정거리를 두고 쫄쫄 따라 다니다가 돌아보면 딴전을 핀다. 어른거리는 수면에 봄날 버들가지가 싹을 틔워서는 제 모습을 비춘다. 나를 잊고 지나온 씁쓸한 걸음. 그래도 세상은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른다. 치장하지 않았을 적에는 너와 나 진배 없었는데, 잎을 내고 꽃을 피우자 제각각 달라졌다.














Richard Clayderman, Lyphard Mel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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