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두 무릎 아랫뼈가 없는 장애인이었다. 웬만하면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장애를 극복하여 블레이드 러너로 우뚝 섰다. 2008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었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대회 일백미터와 이백미터를 석권한 것은 물론 사백미터 종목에서까지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또한, 피스토리우스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도 출전하여 천육백미터 계주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땄다. 진작 치타플렉스풋(Cheetha Flex Foot)이라는 특수의족이 기록에 도움이 된다는 논란도 있었으나 스포츠 중재재판소까지 가서야 일축되었다. 사실 이전 베를린 페럴림픽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피스토리우스의 티셔츠에 쓰인 'A Winner is only a dreamer who has not given up.(포기하지 않고 꿈꾸는 자는 승리한다.)'이라는 넬슨 만델라의 말은 굳건한 본인의 의지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었다. 블레이드를 착용하고 똑바로 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엄청난 균형감각과 힘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족이 레이스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시빗거리에 대해 피스토리우스는 단호히 반박했다.
'내가 의족으로 득을 보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일반선수가 신발로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과 같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블레이드가 아니라 훈련이다. 나는 더 열심히 노력했고, 불철주야 애쓴 훈련이 나를 뛰게 만들었고, 좋은 결과를 불렀다. 나는 공정하게 뛰는 게 중요하고, 그걸 해냈을 뿐이다.
장황하게 피스토리우스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그의 성과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도 굴하지 않고 노력한 점이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걷게 된 이후에는 뛰기에 도전하고, 뛰게 된 이후에는 장애인대회를 통해 한계를 뛰어넘은 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장애인대회에까지 도전하여 성취를 이루기까지, 안주를 바라기보다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불굴의 정신을 보였다.
내내 걸어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이다. 다행인 것은 육신이 무거울수록 정신은 가뿐해졌다. 오직 한 길로 걸음을 떼는 동안 타던 가슴이 진정되고, 달아오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 영혼이 비로소 가벼이 떠오르는 걸 느낀다. 발산시키기보다 갈무리가 필요한 즈음. 맨살에 와 부딪는 알싸한 바람이 좋다. 매운 맞바람으로 솟는 눈물을 아무렇지 않게 훔쳤다. 아름드리 나무가 걸려 있어 전망이 좋은 저 언덕까지 가야지. 조만간 하늘이 청색으로 덮이겠지. 어스름을 배경으로 받혀질 즈음이면 닿지 않을까. 사방을 둘러보고 저기서 또 다른 목표점을 설정하여 걸어야지. 그 점을 이은 궤적이야말로 이 한해의 나이테로 새겨질 것이다. 힘들어 곳곳에 흘린 땀방울로 눅진할지라도 밝은 곳을 향해 꿋꿋이 나아간 길이 조금씩 드러나겠지. 누가 뭐라고 하든 간에 오늘이, 어느 때 돌아보면 슬며시 웃음이 떠오를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어.
Michael Hoppe, Moon Ghost Wa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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