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겨울 묵상

*garden 2012. 1. 11. 13:11





산기슭을 휘돌아 나간 길에 첫 눈 스러진 다음의 가지런한 햇살
걸음을 멈추어 우러러보다가
도열한 나무들이 익숙해 눈을 껌벅거렸다
가뭇한 날이라도 놓지 않으려고
뜬 눈으로 온밤을 지샌 눈물겨운 기억을 떠올렸다
여느 생도 이랬거니

향기 묻힌 바람을 살랑살랑 되돌려 보낸 저녁이 생각나느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기를 쓰고 허리를 꺾어 잡던 손
어깨 뒤틀어 나란히 볕바라기 하던 일
발끝을 감도는 물길을 길어 푸른 생기 도는 네 머릿결을
시선 너머로 보듬던 기억도 즐거움이었는데
나무였을 적을 떠올려봐
미소를 닮으려고 서로에게 서로를 비춰보던 꿈 같은 시절

홀연히 떠난 다음 맞닥뜨린 세상은 아수라장이었다
등 떠미는 이 없어도
앞만 보고 치닫던 날의 내색 못한 어리석음이며
길이 보이지 않아 비켜 서 있어야 하는 지경에도 내달려 휘감기던 것들
훈장처럼 달고 다니던 가식이나 위선, 오만 등을 떨치지 못하고
편견으로 상대에 대한 비난만을 일삼으면서 나돈 시간이 아찔하다
이제 나무의 두겁을 제대로 쓰지 못할지언정
숲에 든 것만으로 행복해야지
















John Aderney, Celeb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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