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숟가락밖에 안되는 밥을 남긴 아이. 습관처럼 남겨 지나칠 수 없다. 경작의 역사와 밥의 노고, 목하 진행중인 식량 전쟁까지 거창하게 늘어놓고 을러 해치우게 만들었더니, 아뿔싸! 온종일 얼굴에 핏기를 지우고 있다. 답답한 가슴을 문질러도 소용없고 소화제를 먹여도 안듣는다니. 이를 전해 들은 옆집 할머니. 손수 찾아와 두말 않고 아이를 잡아 끈다. 따는 게 제일이라고. 눈물 그렁이며 보채는 아이 손가락마다 바늘로 찔렀다. 전장의 아킬레스처럼 치켜든 창 끝에서 아, 선홍색으로 방울진 꽃이여!
쳇기를 사그러뜨리듯 지난 시간을 피웠는가.
꽃이라고 쓰고는 비로소 기억이라고 읽었다.
Giovanni Marradi, Castle Of 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