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판 싸우고, 사이가 어그러진 친구가 사라진 쪽으로 눈도 돌리지 않았다.
지난 시간을 들춰보니 언짢기만 하다. 비위를 맞춰 준 것도 나이고,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감싸준 것도 나이고, 아슬한 때에도 나만은 너의 편이 되어 줬잖아.
함께한 시간일랑 싹둑 잘라 버려야지. 다시는 너와 나를 결부시켜 세상에 나설 작정일랑 아예 지워버리겠어.
다음 날 아침이 거짓말처럼 맑다. 아무렇지 않다고 중얼거렸는데 소용 없는 다짐이다. 다독여도 진정되기는 커녕 들끓어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거칠게 차에 앉았다. 배기음이 순해질 때까지 깊숙히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강변길을 간다. 창을 내렸다. 바람이 요동쳐 차 안 사물이 뒤죽박죽되었다. 질풍처럼 내닫기도 하고 작정도 없이 헤매다가 깜박이는 신호등을 두어 번 받고 세운 낯선 거리에도 내리는 햇빛. 난데없는 구둣소리에 눈길을 준다. 아니나 다를까, 바쁜 약속이라도 있는지 거침없이 지나는 야무진 여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따라갔다. 매몰차던 바람이 한순간에 순해졌다. 내내 잠잠하던 나무가 움찔거리며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토해 낸다.
불현듯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을 찍는 내 뒤로,
퍼머머리 덮개를 쓰고 나란히 미용실 의자에 앉아 지난 여성잡지를 검지손가락에 침 묻혀가며 넘기던 아주머니들. 간밤을 수다로 풀어 낱낱이 늘어놓다가는 무슨 일인가 싶어 내다보더니 입을 딱 벌렸다. 비로소 겨울이 사그라졌다. 무의식중에 여자들이 입을 맞춘다.
세 송이, 네 송이.....이 아침에 눈부신 별, 다 세기나 하려나!
Ralf bach, Loving 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