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저녁 파르티타

*garden 2012. 3. 28. 17:46





오붓하고 단란하다고 여겼는데 착각이었던가. 바쁘다는 핑게로 같이 한 적이 드물기도 하겠지만 어느 때부터 겉도는 식구들. 소리를 모아 웃은 적이 언제이던가. 그렇게 데면데면해져서는 인제 한데 모이기는커녕 말도 드물게 섞는다. 들어오면 틀어박혀 기척 없는 아이들. 일일이 불러대긴 계면쩍고, 방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다. 모르는 사이에 골이 생긴 건 아니겠지. 물이라도 마시려는지 나온 아이를 옆에 앉혔다. 미주알고주알 캐물은들 고분고분 대꾸나 하면 다행인데, 심드렁해 말이 겉돈다. 참을래도 한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역정을 낸다. 열 번 잘한들 뭘 하나. 이렇게 스스로 사단내기 일쑤이니. 어떤 때 제 아비 앞에서 쭈볏거리며 말이라도 건네는 건 필요한 용무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이어져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가 웃었다. 학기초 호구조사를 했더니, 지은이가 낸 가족상황 호감도에서 엄마는 '중', 아빠는 '하'로 표기되었더란다. 나만한 아빠였는지도 모르지만. 다행히도 아롱이가 '상'이다.
"지은이는 동생이 예쁜가 보구나?"
"아녜요, 선생님. 눈망울이 까만 시츄인데요. 너무 귀여워요."
조만간 새로운 가족이 등장한다더니 로봇이나 사이보그를 생각했는데 고작 이런 건가. 개보다 못한 가족을 만들었다고 타박 놓을 수도 없다. 사람들마다 허한 마음자리를 다스리지 못한다. 구름처럼 떠있는 중이어서.


가끔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딴은 그래야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 생각도 자유롭다. 햇살이 뉘엿거리는 중에도 커텐을 친다.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야 제격이다. 언제 내 주장을 하며 살았던가. 억누르며 참다 보니 속 편한 인생은 늘 물 건너이다. 마음에 앙금이나 없어야 하는데 말야. 불편해도 손 내밀지 않고 누구의 손길도 바라지 않는다. 바흐의 파르티타를 걸어 두었다. 일러주듯 귀를 이끌며 드러내는 명료함이 좋다. 모니카 위게트(Monica Huggett)던가. 예전 같지 않다. 조바심치며 보낸 하루. 참새 가슴이어서 더 이상 사람 곁에 다가들지 못한다. 눈만 뜨면 혼자 길을 떠나 헤매는 꿈만 꾸었다. 그러고도 매번 길이 이어지지 않아 되돌아오기를 되풀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시 이밤 내 창을 흔드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어느새 서쪽하늘에 떠올랐던 초승달이 한 뼘씩 떨어져내려 가슴이 덜컥거렸다.







이재준*이행순님







Origen, Dance of The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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