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유월에 붙여서

*garden 2012. 6. 15. 14:31





유월은 첫사랑 같은 시간. 마음 둔 곳에서 미치도록 헤매거나 걸어야 속이 풀리지 않겠는가.
유월의 설악 수렴동 계곡. 영시암을 지난 지도 한참. 꽤 올라왔다. 길은 이제 용아장성을 끼고 오르는 중이라 가파르기만 하다. 온몸의 땀이란 땀을 다 짜내 불순물이라든지, 덕지덕지 묻힌 세상 먼지를 떨어내 비로소 어린애처럼 말간 맨살이 되었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초록세상이어서. 초록 숲에서 초록 물이 든 민낯, 초록바람을 맞아 초롱한 눈망울을 두리번거린다. 값비싼 등산화가 거북살스럽다. 텁텁한 발을 구르자 흙먼지만 인다. 이쯤 올라오면 발바닥에 초록이끼라도 끼어야 마땅한데 말야. 가뭄으로 메마른 여름의 시작. 가는 물길로 겨우 이어져 소통이 간당간당한 소와 담을 보며 흘려버린 지난 시간을 생각했다. 바야흐로 일년의 반이 사그라드는 중이다. 꼭 연필을 한 다스씩 사 두시던 어머니. 우리는 필통에 연필을 두 자루씩만 가지고 다닐 수 있었는데, 연필이 짧아져도 볼펜 껍질 등에 끼워쓴 다음 닳아 새끼손가락 마디만큼 되어야 새 연필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다스의 연필이 많은 듯 여겨지다가도 반인 여섯 자루만 남았을 때의 조바심이란. 6은 평형과 조화의 수이다.
유대철학자인 필론은 '6'을 가장 생산적인 수라고 했다. 미국 풋볼경기는 터치다운으로 6점을 획득하며, 당구게임인 스누커(snooker)에서도 분홍색 공을 포켓에 넣으면 6점을 획득한다. 화학에서는 모든 유기물의 기본요소라는 탄소의 원자번호가 6이다. 6은 수학적으로 매우 특별한 성질을 지닌다. 6의 소인수들인 1, 2와 3의 합과 곱이 다시 6이 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소인수의 합이 다시 자신이 되는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28과 496, 8,123 등인데 이와 같은 수를 완전수(perfect number)라고 한다. 완전수는 33,550,336과 8,589,869,056 등으로 이어진다. 정삼각형 두 개를 엇갈리게 겹치면 헥사그램이라는 '다윗의 별'이 되는데 이는 균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문양은 나중 귀신을 쫓는 부적으로도 사용되었다. 6은 창조에 소용되는 6일간을 뜻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우주가 6이라는 수에 의거한다고 생각했다. 즉, 네 방위와 하늘과 땅의 여섯 갈래를 결부시켰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각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에 육감으로서의 마음 등 여섯으로 나뉘고, 밤낮의 길이도 각각 여섯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악기인 기타는 여섯 줄이다. 주사위는 여섯 개의 면을 가지며, 주사위에서 6은 다른 수를 누르는 가장 강한 수이기도 하다. 도미노게임에서도 여섯 개의 점은 가장 높은 수이다. 일반적으로 지구상의 땅은 여섯 대륙으로 나눈다. 선원들이 사용하는 항해기구 중 육분의(sextant)는 측정비율이 60도, 즉 원의 6분의 1이기 때문에 이름 붙인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집단은 다리가 여섯 개인 곤충이다. 실제로 곤충 종류는 확인된 것만 해도 일백만 종이 넘으며, 다른 동물종을 모두 합한 것보다 그 수가 많다.

어릴 적 접한 뉴스 중 케네디 암살은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극적인 사건이다. 여기서도 곧잘 6이 등장한다. 우선 암살당한 도시 달라스(Dallas)나 6층에서 총을 쏜 저격수(Sniper)의 철자나 오스왈드(Oswald)의 이름,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키(Jackie) 이름이 모두 여섯 글자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 케네디가 일주일에 여섯째 번 요일인 금요일(Friday)에 사망한 점. 암살당한 11월 22일을 수로 더하면(1+1+2+2=6) 6이 되는 점도 묘하다. 이에 유래한 근거는 6이 악마의 숫자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바로 666의 의미 때문이다. 666은 성경 요한계시록 13장15절에 나오는 구절 중 짐승의 수를 지칭하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오멘'에서는 666을 표식으로 가진 데미안을 악마로 상징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며칠 전 만난 선배는 이야기를 나누다말고 침울한 표정이다. 연유를 물었더니, 해놓은 일도 없는데 벌써 나이가 예순이라고 한다. '논어'에서 나오는, 거슬리는 소리도 순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순(耳順)'이니 오히려 좋지 않으냐고 위로한들 한동안 낯이 펴지지 않았다. 나도 이순엔 저리 슬플까. 갈래진 수많은 길 중 여섯째 번 길이 나타나면 무조건 택해 서른여섯 번을 꺾어든 다음 좌정하고는 바라는 주문을 외워야지. 천이백구십여섯 번 정도 외면 거뜬하지 않을까. 참,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책을 가지고 가서 소원이 이루어질 동안 차근차근 읽어야지.
















David London, Blueprints Of The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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