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나무와 사랑하기

*garden 2012. 7. 9. 15:10





피아니시모에서 크레셴도로 변환시키기
그리고는 집요하도록 등짝을 간지럽히는 파릇파릇한 봄날
그 바람에 생애 처음 날개가 돋았다, 훨훨 날아다닐 수 있게
모감주 낮은 가지에 앉았다가 마로니에로 옮겨 등걸에 귀를 대본다
새 계절을 맞고 받아들이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냉골 드리운 음유의 바람으로 애처럽기도 하지만
이른 봄 노란햇살무침으로 피어난 당신을 보았다
아아, 비로소 안도하며 날개 깃을 골랐지
자바 마겔랑의 보로부두르 사원을 타고 오르던 불빛처럼
인고의 시간까지 드러내는 여린 자태
하나둘 쏟아져 나온 거리 인파에 어리둥절하다가
꽃을 지운 날, 무심코 당신을 잊었다


사는 일이 산을 넘는 것처럼 우람해 한눈 팔 수 없었어
머리 위 구름장 속이 쿠르릉거려 까치발로 달릴 때도 있고
초절한 암릉 사이에 몸을 의탁해 밤을 새우는 일도 잦았다
봄은 때만 되면 열병 중인 군인들처럼 정연하게 지나갔지만
빗방울 돋을 때마다 모호한 형상으로만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조바심쳤다
빗장 두른 마음밭에서도 나날이 무성해지는 사유의 나무
질긴 비 그치고 서녘으로 지는 해가 유난히 붉은 날
당신에게 달려가던 간밤의 꿈을 생각하며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 서투른 사랑을 속삭이다 사라져 가는 젊은 연인을 눈으로 쫓았다
아, 처음 나눴던 사랑의 맹세를 기억해냈다
세월 흘러 꽃을 지웠어도 허공중에 감도는 그 향기
나무 아래서 가슴 가득 들이키던 내 사랑이여!











산죽







Steve Barakatt, Quebec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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