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칠월사고

*garden 2012. 7. 18. 17:01




초여름 생기로 다가오던 초록. 짙푸름이 갈무리되자 그만 삶이 묵직하다. 오랜만에 들여다 보는 디자인실. 기척을 듣고 쫓아나온 이 과장은 피곤한 모습이다. 요즘 아이가 감기를 달고 있다며 초보엄마답게 발을 동동 구르더니, 부르튼 입술이 가뭄에 갈라진 유월 논밭과 다를 바 없다.
칠월은 빗줄기와 함께 시작되어 열대우기에 든 것처럼 내내 척척하다. 우산 없이 나섰다가 소나기를 만나 익숙한 설렁탕집 처마 아래 서있었다. 눈웃음 많은 그집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 헌 신문지 서너 장을 건넨다. 머리에 덮어 쓰고라도 뛰어가라는데, 꼴사납지 않을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길길이 날뛰는 저이들처럼 천방지축일 수야 없지. 투신하여 아스팔트 위에서 파다닥거리는 빗방울을 우두커니 바라다보았다. 눅눅함 속에서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일을 모색하며 나아가야 할까.


역사 이전부터 사람들은 수의 개념을 정착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 중에서도 3과 5, 7, 11, 13 등 솟수야말로 모호했다. 나중 3은 세 위격이 하나의 실체 안에 존재한다는 삼위일체, 7은 삼위일체와 4원소의 합이라는 종교적 개념으로 신성시했다. 달리 3은 하늘과 영혼을, 4는 대지와 육체를 뜻하므로 3과 4를 합한 7을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덧없음을 모두 포함하는 가장 작은 수라고도 했다. 이에 반해 13은 터부화되었다.
우리 조상은 양수인 홀수를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양수가 겹친 1월1일, 3월3일, 5월5일 등은 기운이 꽉 차 생명이 충만한 날로 여겨 기렸다. 큰곰자리의 일곱 개 별, 북두칠성은 연중 어느 때라도 볼 수 있다. 이에서 비롯된 불멸의 의미로 칠성님을 수호신으로 삼아 섬겼다. 또한, 7이 중첩되는 7월7일을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 하였다. 칠석날은 선친의 생신이기도 했다. 그래서 해마다 주의 깊게 살피는데 비가 내렸다. 과연 그 비는 견우와 직녀의 상봉의 눈물일까.
대체로 동양에서는 7을 '귀한 숫자'로 여겼다. 불교의 7은 상승의 숫자이다. 지고천(至高天)으로 올라가 중심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숫자이다. 경전 중 하나인 법화경에는 일곱 가지 비유가 나타나 있는데 이를 법화칠비라 한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주는데 이를 칠종칠금(七縱七擒)이라 하여, 상대를 마음껏 다룰 때 쓰는 말로 통용된다.
서양에서는 7을 행운을 가져다 주는 수로 여겨 '럭키세븐'이라 했다. 한 주일은 7일인데, 7일째 되는 날을 안식일로 정한 것과도 의미가 닿는다. 신과 인간 사이 언약의 징표라 일컫는 무지개도 일곱 가지 빛이다. 단식과 회개는 7일간 행한다. 태양의 제7의 광선은 인간이 현세에서 내세로 가는 길이라 한다. 이집트의 피라밋,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터키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그리스 로도스 섬의 거인청동상,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 이라크 바빌론의 공중정원, 허티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술레움(Mausoleum of Halicarnassos) 등을 세계7대 불가사의라 한다. 이는 서양적인 관점에서 정한 것이라 하여 새롭게 정하자는 이견도 대두하고 있다. 서양 음계는 7음계이다. 주사위의 마주보는 두 면의 점의 합은 7이다. 보잉사의 여객기들은 707에서 787까지 모두 7로 시작해서 7로 끝난다.


멘유에서 QPR로 이적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의 백넘버가 7이라고 한다. 화색인 많은 이와 달리 나는 7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도나도 좋다는 숫자를 굳이 나까지 좋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느 때 문득 내 곁을 떠나버린 여자를 빗길에서 떠올렸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지만 이해한다. 자신감 없이 방기한 내 칠칠맞은 행동을 후회하면서.














Tol & Tol, Late Night Serenade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고  (0) 2012.08.08
  (0) 2012.07.26
나무와 사랑하기   (0) 2012.07.09
여름 열정  (0) 2012.07.03
유월에 붙여서  (0) 201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