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키 만한 할인마트 쇼핑카트를 밀고 가는 아주머니. 오랜만에 장을 보아 식구들 일상용품이 그득하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에 문이나 턱에 걸려 산더미 같은 물건 일부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부리나케 주워 담으며 서두르는 걸음. 앞에서 키가 육척은 됨직한 남편이 빈손으로 털레털레 걷다가 짜증스럽게 돌아본다. 아주머니 목이 자라목처럼 움츠러들었다.
노래 부르는 시간처럼 즐거운 아침 밥. 상 앞에 우리는 옹기종기 앉았다. 아버지가 앉고서야 숟가락을 들었다. 나중 숭늉 그릇을 챙겨들고 부엌에서 나온 어머니는 볼이 부어 퉁명스레 당신께 날린다.
"아침 먹자고 말이라도 하면 어디 덧납디까?"
지는 꽃은 애절하다.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던 아내. 금간 조막한 가슴을 문질러도 파리한 안색을 지우지 못한다. 쫑알거리는 투정을 내내 못들은 척 지나쳤다.
당신은 이제 내가 없어도 살 수 있지요. 어디 괜찮은 여자 없답디까. 간밤 꿈에서 어디론가 달려가는 당신을 불렀지요. 돌아보고서도 그냥 가는 걸 보며 얼마나 서럽던지.
중생대에서 백악기 마지막까지 이 땅을 지배한 공룡. 그 중 '아파토사우루스'는 가장 먼저 멸종되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이십미터나 되는 거대한 몸집 때문이었는데, 신경이 둔화되어 꼬리쪽 위험 감지에 이십초나 소요되었다고 한다.
나는 공룡처럼 높은 곳에 눈을 두고, 앞만 보며 사는 건 아닌가. 어쩌면 하찮은 사랑 한 자락 챙기기에 매우 인색한 편인지도 모른다.
Trickle, Morgan Van D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