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우리가 빵을 먹을 때

*garden 2012. 10. 15. 19:59





시월은 종점에 들어선 버스처럼 시동을 껐다. 자정을 넘겨 도착한 기차가 곧장 정비창으로 돌아가듯 금새 숨 죽이고는 제자리에 가만히 머물렀다. 가을로 들이찬 빈들이 고즈넉하다. 마른 싸릿대 끝에서 강쇠바람에 큰 눈을 굴리던 고추잠자리는 화석이 되었으며, 오후 조막햇빛이 간신히 찾아든 개울에서 천리수는 큰 맴돌이로 개구쟁이처럼 지치지도 않고 종일 어지럼증을 즐겼다.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한 시간 약속이 설정되면서, 우리 할아버지가 믿던, 현실은 유일하여 움직이지 않는 환영이라던 과거의 관점은 사라졌다. 내가 무심코 윤회적 해석으로 뭉텅뭉텅 주어지는 시간을 받아들일 때 유학을 다녀온 사촌은 시작과 끝이 있는 직선적 형태에서 시간을 주시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걸음을 바삐 떼는 이들은 저마다 여름에 대한 기억을 말끔히 도려내 내던졌다. 인제 가을이야. 가을을 가을답게 맞이해야지. 아마포로 씌운 식탁에서 인도의 차파티 같은 통밀빵을 뜯으며 페니를 잔에 채운 다음 소리 높여 웃는 그들은, 내가 여지껏 지난 기억을 지우지 못해 초록 성한 여름과 여린 생기의 봄날과 순백의 가라앉은 겨울을 이야기하는 걸 심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Tol & Tol,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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