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태풍이 아니온 적 없다

*garden 2012. 9. 18. 14:48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사는 게 걱정이 끊이지 않는 일이다. 아내는 앞으로 건강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아이는 걱정을 많이 하는 엄마가 걱정스럽다고 한다.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은 지나고 보면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하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심각해서 실소로만 넘길 수 없다. 한 걱정이 끝나면 다른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일어선다.
코앞에 다가온 추석. 너나 없이 걱정이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적다. 필요한 것은 많은데 돈이 없다. 경기가 점점 나빠져 경제학자들조차 섣불리 낙관하지 못한다. 여기에 어제오늘 뉴스에 온통 태풍 '산바' 이야기 뿐이다. 저번 두 개의 테풍으로 피해가 막심한 터에, 이번에는 태풍이 바로 한반도로 상륙한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글. 절실한 기분으로 지난 밤 한자 한자 짜내고 쓰고 잇고 다듬었다. 대장장이가 신검을 만들듯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듯 우쭐한 기분으로 다음 날 글을 읽는다. 아하, 이런. 앞뒤 맥락이 전혀 맞지 않잖아. 어색하기만 해 고치다 말고 손을 뗐다. 이건 뭐 고칠수록 글이 엉키고 늘어지니. 분명코 세상이 들썩거릴 만한 글이었는데 왜 그럴까. 휴지통에 던졌다가는 아쉬워 다시 찾아낸다. 그래도 괜찮은 몇 줄을 살린 다음 심사숙고하고 '이번에야' 하며 만들어 올렸다. 반응이 궁금하여 들락날락하지만 미동도 없는 세상. 이게 한계이지. 조만간 시끄러워질거라 기대한 건 나르시시즘일 뿐이다.
관계하고 있는 책의 개편문제로 몇 개월째 매달려 있다. 실체는 아직 없는데, 여기저기서 목소리만 높이는 통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내색할 수도 없다. 요구가 이지가지여서 이를 어떻게 반영할까 고심중이다.


잠결에 파도소리를 들었다. 흔들리는 듯 몸이 떠다녀 양 손으로 요자락을 꽉 잡았다. 사방이 깜깜한 어둠이다. 꿈인듯 현실이듯 분간되지 않아 머리를 긁었다. 긁을수록 가려움이 물결에 진 파문처럼 번진다. 참을 수 없어 일어났다. 서랍이 흔들리다가 엎어지듯 생각이 엉클어져 쑥대머리가 되었다. 발소리를 죽여 거실로 나갔다. 유령이 된 듯하다. 거센비가 바람에 흔들리며 사방을 휘저었다. 우뚝한 건너편 아파트. 불이 켜진 집은 하나도 없다. 태풍이 지난 다음의 하늘은 오히려 맑다던데. 이밤 망망대해에 조각배처럼 휩쓸려 떠다니는 줄 누가 짐작이나 할까.















Andre Gagnon., Un Piano Sur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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