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낮은 곳에서

*garden 2012. 9. 27. 10:05




풀꽃을 찍는다. 땅바닥 한뼘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족속. 비루한 곳에서도 슬픈 기색이라고는 없다. 환한 꽃을 달고 저희들끼리 와글거리는 것을 보면 환희에 찬 합창이 저렇지 않을까. 군대에서 이십오 미터 영점사격 사대에 엎드린 것처럼 숨 죽이고 있으려니, 늑골 아래 근육이 경직된다. 그때도 명치께가 아팠다. 조만간 산야를 울릴 총성을 떠올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참고 견디며 파인더 안에 맺히는 상을 응시한다. 쪼맛한 게 지실들지도 않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생이라니. 선명한 모습으로 불현듯 안착되기를 바라건만 좀체 쉽지 않다. 귓볼을 간지럽히는 바람이 그침없다. 산 아랫마을에서 볏짚을 태우는지 언뜻 냄새를 맡은 듯하다. 볕뉘가 조금만 비켰으면 좋으련만. 무릎으로 버틴 자세가 아슬하다. 꽃과 눈을 맞춰 동화되기를 기다린다. 꽃이 생끗 웃는가. 셧터를 눌렀건만 흔들렸다. 다시 풀꽃이 웃어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생이 흘렀다.

원래 꽃사진 찍기를 즐기지 않지만 산행중에 흥이 돋아 주저앉았다. 어떤 일을 하든지 도꼭지로 서기를 바라는 주변 동료들은 내 어설픈 관심에 대해 이것저것 일러주려고 애쓰지만 그건 상황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내뱉는 소리이다. 다들 제 기분에 취해 돌아간다.
앞은 물봉선이다. 꽃 색깔도 그러려니와 몇 번 찍어보아도 유난히 사진이 근사하지 않다. '이번에는....'하고 들여다 보는데 촌스러운 이름과 달리 꽃대를 세운 모습이 의젓하다.
다음은 습지에서 잘자라는 고마리. 칼날에 베인 상처에 잎을 찧어 바르면 피가 멈춘다. 꽃이 열린 모습을 만나기 어려웠는데, 산을 서너 개 넘을 동안 겨우 한 무리 찾아냈다. 마지막으로 닭의장풀이라고도 하는 달개비. 어린잎은 명주나물이라 하여 무쳐먹기도 했다. 당뇨에 좋다는 소문이 있다. 드물게 흰색 달개비가 눈에 띄어 한달음에 달려간 일행 뒤에 쳐져서 십여 분이나 씨름을 했다.




















And I Love Her[Or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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