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화장대에 앉은 나무는, 조금 전까지 나와 지독한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가. 기인 입맞춤의 달콤함을 아직 채 지우지 못했는데 불현듯 새 단장으로 바쁘다니.
파스텔톤의 크림새도우를 눈두덩이에 펴바르는가 하면. 화사한 블러셔로 요란하게 볼연지를 흩뜨리기도 한다. 진한 립그로스로 윤곽을 뚜렷하게 입힌 아래 윗입술을 붙였다가 뗄 때. 아아, 나날이 하현으로 가는 달처럼 절망스러운 그림자가 내 마음 한쪽에 기일게 어둠을 드리우는 걸 본다.
애닯게 사랑한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전율하는 나를 팽개치고, 재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돼먹지도 못할 개뿔 약속을 떠올리며 당장이라도 달려갈 태세로 거울에 파묻힌 나의 여인이여!
Pablo Milanes & Victor Manuel, Yolanda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보다 남자라면 (0) | 2012.12.17 |
---|---|
낯선 초상으로 서다 (0) | 2012.12.12 |
돼지인들 만족스럽기만 할까 (0) | 2012.12.04 |
그렇게 가을 가고 (0) | 2012.11.19 |
우리가 통하는 법 (0) | 2012.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