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낯선 초상으로 서다

*garden 2012. 12. 12. 15:44




똘망똘망한 눈망울, 순백의 피부, 해맑은 웃음소리, 순진무구한 영혼....선한 것이야말로 모두 아이에게 있다. 아이를 안으면 세상 소란이 멀어진다. 거울 속 얼굴이 신기해 손을 벋는 아이. 이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별이 내린 듯 아련한 천사 옆 풍상에 찌든 저 얼굴은 도대체 누구인가.

예전에도 내 얼굴이 낯선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 선술집에서 시끌벅쩍한 자리를 누군가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친구들 틈에 끼인 낯선 얼굴 하나가 도무지 생경하다. 눈만 끔벅이는 데에도 다들 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걸 보니 온전한 나인 건 틀림없다.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을 자주 보지 않아서인가. 어릴 적 통통한 얼굴 모습만 기억하다가 순식간에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이리 낯설다니. 이후에도 나는 내 모습을 들여다 보는 걸 게을리했다. 술에 절어 들어온 날은 게슴츠레 눈이 풀려 쳐다볼 수 없었고, 멀리 출장을 가야 할 적에는 가서 처리해야 할 일과 내 행동반경에 대해 골몰하느라 거울 앞에서 이모저모를 뜯어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종적 특성을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질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인 남녀 평균얼굴' 등을 보면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데서도 잘 드러난다. 눈을 크게 만들거나 코를 세우는 데서 나아가 광대뼈를 깎고, 각진 얼굴을 뜯어 고치는 등의 성형이 유독 다른 나라보다 성행한다. 더러 부작용에 따른 뉴스가 난무하지만 전혀 이에 개의치 않는다. 어떻게 하면 너도 나도 이걸 고치고 저걸 바꿀까 싶은 눈치이다. '생긴 대로가 좋다'거나 '내면적인 미가 중요하다'고 주창하는 나야말로 고루한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숲길에서 '보습마스크를 쓴 끔찍한 모습의 여자'들을 문득 만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한다. 사람들 앞에, 야외에서 민낯을 드러낼 수 없는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은 과연 누가 보는 것인지.
공식적인 성형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군인의 피부이식수술이라고 한다. 물론 이전에도 성형수술은 있었다. 고대인도에서는 행실이 나쁜 여자나 범죄자의 '코를 자르는 형벌'이 있었다. '잘린 코'는 곧 '범죄자'라는 낙인이었다. 이때 '수스트라'라는 의사는 이를 사업으로 받아들여 몇몇 범죄자의 코를 살리는 수술을 감행했다. 성형수술이 곧 낙인을 지우는 면죄부였으므로, 범죄자에게는 삶을 다시 찾는 희망임과 동시에 수술에 따르는 극심한 고통과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 상상을 초월하는 수술비용을 다 감내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이후에도 유럽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성형수술이 터부시되었다. 신의 영역을 인간이 손대는 것으로 간주했으므로 신성모독으로까지 매도되었다. 하지만 중세에 들어 전유럽에 퍼진 매독은 나중 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즉, 매독 말기에는 매독균이 코뼈와 피부에 침투해 파괴성 변화가 진행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역시 이탈리아 의사인 타글리아 코치가 매독치료법을 찾던 중 고대인도의 '코 재건 수술법'을 발견하면서 성형수술이 다시 행해지게 되었다. 성형수술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페니실린이 발명되면서 군의관들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된다.
젊고(Young) 도시적이며(Urban) 전문적(Profetional) 직업에 종사하여 고소득을 올리는 이들은, '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풍요로운 집단으로 여피족(Yuppies)이라 불렀다. 자기 과시를 위해 여피족의 성형수술은 증가하였다. '신은 아름다움을 선물하는데 째째하기 그지 없지만 외과의사의 칼날은 아량이 넓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제 성형수술은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타인의 시선을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변환되었다. 필요나 욕망에 의한 소비로, 성형수술은 타인의 눈으로 자기를 조각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현대사회가 낳은 질환이지 않을까.



















Hyojin. Moon.(piano), Time To Say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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