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명물인 야채호떡을 파는 포장마차가 민원으로 철거되었다고 한다. 몇년 만에 겨우 자리잡았다며 울먹이는 포장마차 주인 인터뷰도 덧붙여져 있었다.
갑자기 우리 아이가 이사를 가자고 난리법석이다. 이유를 물어도 응답 없이 다짜고짜 졸라대니. 못마땅하고 좋지 않은 기억이 생긴 걸까. 그래서 떠나고 싶겠지만 그게 간단하지 않다. 또한, 그렇게 훌쩍 뜬다고 지난 시간이 지워지고, 앞으로의 시간이 나아진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다른 곳에서라면 괜찮다는 발상도 순진하다.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지금 여기서 견디지 못하면 앞으로도 견딜 수 없다. 처음 이 동네에 이사 왔을 때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우리 식구는 만족했잖은가. 허나 장황하게 늘어놓고 설명한들 눈물만 글썽이는 아이가 딱하다, 철없음만 탓할 수 있어야지.
신시가지로 조성되어 반듯하고 말끔한 아파트 단지. 횡단보도 앞 상가는 목이 좋아 부동산 중개업소가 빽빽했다. 내게 집을 소개한 허여멀쑥한 녀석은, 만날 이대팔 가르마에 기름을 반들반들하게 바르고 다니며 마주칠 때마다 '사장님!'하며 굽신거리더니 어느 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중개업소가 있던 자리에 대신 약국도 생기고 꽃집도 들어섰다. 거인국의 난쟁이처럼 중개업소 틈에서 버티던 빵집이 최근 문을 닫았다. 지날 적마다 빵 굽는 냄새에 코를 씰룩였는데. 표면적으로는 건너편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나 유명 브랜드 빵집 때문이라지만 알 만한 사람은 안다. 한참 크던 아이들이 걸핏하면 끼니를 건너뛰어 식탁에 빵이라도 올려두지 않을 수 없다. 헌데 못마땅한 것은 빵집 주인이다. 빵가게에 들어가도 숫제 인사가 없다. 계산을 할 때 회사 근방 빵집에서는 슬쩍 다른 빵도 끼워넣어 주더라만. 무뚝뚝하니 들어가도 본체만체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거스름돈을 손 안에 들려주기는커녕 계산대 탁자 위에 터억 떨어뜨려 놓기 일쑤이니. 나무라고 싶어도 나이가 만만찮은 사람이어서 포기한다. 말을 해 알아먹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인상도 좀생이 같아서는 원. 가끔 여편네인 듯한 여자가 털이 북실북실한 차우차우 종 개를 무릎에 앉히고는 계산대 안에 있더라만. 찢어진 눈매를 치켜뜨며 빨갛게 칠한 입꼬리를 올리면 입맛이 가셨다. '차라리 안오고 말지.' 하며 돌아섰다. 그 빵집이 문을 닫으니 어깨 무거운 짐을 내린 듯 다들 한마디한다. 그럴 줄 알았어. 비로소 이 동네 사람들은 싹싹한 알바생이 생끗 웃는 브랜드 빵집에서 부풀어 터질 듯한 빵을 쥐고서는 입맛을 다셨다.
눈앞 일이 당장 해결되지 않으면 세상이라도 뒤엎을 듯한 기세로 한해를 달려왔다. 헌데 문제는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일마다 덜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처리할 수는 없다. '부디 오늘은 긍정적이어야지.'하며 집을 나서기 전 자기체면을 건다. 긍정적인 이름의 동물을 말하라는 넌센스 퀴즈가 있었다. 누군가 지체없이 무엇이든 하는 '하마'가 답이라고 말한다. 옆에 있던 다른 이는 '고뤠'라는 답이 긍정적이지 않냐며 '고래'라고 소리쳤다.
정답은 어떤 일이든 된다는 '돼지'인데. 하지만 돼지인들 늘 만족스러울까.
Yanni, Before I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