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십일월 인디언

*garden 2012. 11. 12. 15:09




시간의 정배열 속에 익숙해지도록 견디는 것. 그리고 때가 되면 떨어지는 건 나뭇잎의 일이다.
내가 가는, 길고 구불구불한 길은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하늘까지 닿을 요량이었지만 발이 천근만근이어서 바람이나 눈비에도 찌들어 곧잘 허물어질 뻔했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고 기울면 다시 차는 게 이치이잖아. 돌고 도는 순리를 어렴풋이 알았지만 애써 떨쳐 버렸다. 나의 시간은 공간 속에 묻혀 어우러지지 못하고 사그라지기만 했다. 뚜벅이로 오는 동안 땀을 훔친 수많은 나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떠돌았어. 한갓 이파리도 녹색공장을 가동해 나무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하건만. 손 내밀지 않고, 자각하지 못하는 새 놓치고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해. 그대도 지금 길의 어디메쯤 그대의 시간에 갇혀 있는가. 길게 기른 머리를 질끈 묶고 언덕에 올라 바람처럼 달려올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 '버무린 배추속 같은 시간'이고 싶어서.
세상에 속한 걸 소중하게 여기는 인디언들은 보이지 않는 자기 내면을 응시하는 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저물녘 서걱이는 갈대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으며, 물 비늘이 제각각 반짝이는 것과 작은새가 앉았던 나뭇가지에 지는 해가 얹히고 별이 돋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 늘상 변화하는 주변 사물에서 눈을 떼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마음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달의 명칭도 그렇게 정했다. 인디언 부족 중 하나인 테와푸에블로족은 십일월을 '만물을 거둬들이는 달'이라 했다. 위네바고족은 '작은곰의 달'이라고 했으며, 체로키족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했다. 언덕에 다다랐을 때 내 다리는 기우뚱거리며 제 구실을 못했다. 뼈가 부러진 한쪽이 퉁퉁 부어 할 수 없이 '십일월을 표기하는 숫자'처럼 의자에 가지런히 올려 놓아야 했다. 여린 햇살이 쫓아온다. 걱정이야 하지 않는다. 나목으로 견딜 나무에 불현듯 새닢이 돋듯 조만간 나아지고 싱싱해질 것이므로.












Edward Simoni, La Vita E 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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