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겨울고개를 넘어간다

*garden 2012. 12. 21. 14:16





끝난 판에 너도나도 말을 거든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었다면서, 미묘한 프레임의 차에 표가 갈렸다고 한다. 끄덕이는 이도 있고, 인정할 수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탄식을 거듭하는 이도 있다.
나야말로 우리 집 보수 원뿌리이다.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흔들린다. 정오가 넘겨서야 이불 안에서 미적이던 아이가 일어난다. 한마디 할 참이었는데 듣지도 않고 투표소로 달려간다. 나야 투표하지 않았지만 나중 넌지시 물어보았다. 의외로 대답이 단호하다.
'그냥 보수가 싫어서요.'
저녁에는 아이와 함께 식당에 들렀다. 메뉴가 복잡해 망설였다. 잔치국수를 주문했는데, 그게 니맛도 내맛도 아니다. 행주산성 국수집에서 내는 것의 반도 채 안되는 양에 가격은 두 배로 받으면서 말야. 아이는 주먹밥에 고기를 얹은 메뉴를 골랐는데 즉석에서 구워 주기도 한다. 젓가락으로 한점을 집어 씹고 또 씹었지만 들척지근하여 맛없기는 매한가지. 빤히 보이는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남녀 커플은 헤드폰을 쓰고 음식을 먹는다. 씹으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눈을 맞추어 발을 까딱거린다. 타이즈만으로 감싼 길고 깡마른 여자애의 다리가 사슴 같다. 식당 문이 열려 손을 꼭 잡은 커플이 들어오는데, 바깥에서 빠른 케이팝이 함께 들어와 활개치다가 문이 닫히자 뚝 끊어졌다. 음식을 남길 수 없어 속이 거북하도록 꾸역꾸역 국수를 넘겼다. 아이는 주먹밥은 물론 만두국수를 반 이상 남겼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스마트폰 화면에 눈을 꽂는 아이. 가벼워서 다들 떠다니는 것 같다. 식당이 그래서인가. 여기서 나란 존재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 생각만이 진리인 사람은 기존 지식과 모순되는 정보를 모두 거부하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다보니 타진요처럼 갖가지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하면 집단은 양분된다. 찰스 다윈은 관찰결과가 자신이 생각하던 이론과 다르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 선거가 끝나도 결과가 못마땅하다. 의견에 따라 갈려선 너도나도 서먹서먹하다.

그냥 보수가 싫은 아이들은 정작 모른다. 나이 든 사람들이 왜 뼛속까지 진보를 미워하는지를. 사진은 오구나무 열매이다. 예전에는 이 열매로 기름을 짜 등잔불을 밝히기도 했다.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등 뒤 흙벽에 지고 후루룩거리며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맛을 목숨처럼 먹었다는 것을 모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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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vanni Marradi, Tombe La N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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