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소리쳐!

*garden 2012. 12. 28. 09:27




아이들이 티격태격한다. 두어 번 그만하라고 언질을 주었건만 그치지 않는다. 불러 혼쭐을 내기 전에 다투는 까닭을 캐물었다. 이미 눈물이 글썽한 동생은 형의 부당한 주먹질에 대해 울먹이면서 조목조목 나열한다. 눈만 내리깔고 있던 형은, 행위에 대한 설명 없이 닭똥 같은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다. 사정을 조리 있게 설명하기에 앞서 억울한 심정 뿐이다.
'임마, 그렇다고 동생을 때리면 어떡하냐? 형이 참아야지.'
대범하게 꿀밤으로 마무리하다가는 '아차!' 한다.


유난히 다사다난하던 한해. 고르지 못한 삶이 뒤섞여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난다. 사소한 사건, 사고에서부터 놀랄 만한 뉴스까지 끊이지 않았다. 유난히 잦은 성폭행은 그에 그치지 않고 살인 등으로까지 이어져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을 피해자를 떠올리면 먹먹했다. 홧김에 아무에게나 칼을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바다 건너에서는 무차별적인 총기살인 소식으로 뒤숭숭하다. 아무리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다지만 이렇게 극명해서야 살아 남은들 마음 편할 수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칠십 일 이상 철탑농성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혹독한 추위에 목숨이 위태하다고 한다. 선거를 전후하여 너도 나도 억울하다며 아우성을 내지른다. 오늘은 이 단체에서, 내일은 저 집단이 들고 일어날 참이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여차하면 생을 끊어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긋난 일을 마주할 적이면 어머니는 낯을 찌푸렸다.
'저러면 천벌을 받제.'
당신께 무조건 참으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와 아파도, 억울해도, 손해를 봐도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고 예까지 왔다. 다행이라 여기고 싶지만 못마뜩한 이 심사는 무언가. 당신의 예지처럼 선악이 조만간 가려져 길고 짧음이, 뜨겁고 차가움이, 넘치고 모자람 들이 백일하에 드러나리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다. 악은 음침한 곳에 숨어들어서 더욱 성하고, 선은 약화되어 명맥이 요원하다. 아니, 선과 악의 경계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전보다 참을성이 없어진 사람들은 애틋하거나 간절함마저 내팽개쳤다. 까마득한 철탑 위까지 올라가게 만든 파국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다. 나도 습관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참으라고 말려온 터에 마음 한쪽에 이는 파고를 어찌 감당할 건가.












Don & Clenn, Avec Tes Y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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