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경연장에 눈 내린다
달아올라 터질 정도로 치열할까봐
숨 죽이고 목을 집어넣은 채 내색 없이 걸어야 하니
화평어린 땅이 있을 리 없어
고슴도치처럼 눈만 반짝이며
내리막에서 낙타처럼 터벅대다가 누처럼 껑충껑충 뛰어보았다
비로소 눈이 성글어지다가 그쳐
수사자처럼 기지개를 켰다
달구어진 검은 땅의 단단함이 떠올려지는
초록 풀을 쓰다듬으며 지나온 후덕한 바람이 그리운
붉은 하늘을 향해 벼락처럼 쏟아낸 거친 포효가
하룻밤 새 이 미터씩 자라는 물렁한 나무를 휘감으며 사라지던 꿈을,
다시 꾸고 싶었다
아홉 마리 용이 뒤엉켜 몸을 부빈 듯
사방 길이 난 동물원 곳곳을 달리며 물들이고 숨쉬고 딩구는 대신
사진으로만 보던 호랑이나 코끼리, 하마 등을 쉽게 만날 것 같았지
아아, 아프리카관 반투명 플라스틱 창 안에
네 발바닥을 허공에 쳐든 사자 무리가
걸레처럼 뭉쳐져 딩구는 것을 보았을 때의 절망이란
돌고래 쇼의 주인인 제돌이 대신 환경생태교육을 한다는 안내판을 보며
인제 부르지도 않는 예비군 교육장에 와 있다고 착각할 뻔했어
별안간 염려스러웠지
내가 멸종된 종의 한 속인지도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