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바다 건너 아프리카까지

*garden 2013. 3. 27. 18:00





무료함을 지우려는 걸까. 내내 눈밭을 맴돌던 낙타가 한순간 서서는 우리 밖에 있는 나를 물끄러미 본다. 마악 장엄한 사막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참이었는데. 나야말로 낙타 등에 얹혀 성큼성큼 흔들리며 걷다가 깜짝 놀랐다. 순하디 순한 눈을 보니 부끄러웠어. 몸을 돌려 내려오는 데 비탈길이 아찔하다. 휘청하며 다시금 부러졌던 발목이 비틀거렸어. 뼈를 이은 철심에 싸아한 냉기로 충격 아니어도 찌르르했지. 맞은편 맹금류 우리에서는 독수리 부부가 서로의 목을 휘감아 진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나 따위야 얼씬거리든 말든. 열네시간 이십분을 날아가야 하는 케냐 나이로비 직항권을 구매하면 추첨하여 경품을 나눠준다는 메일을 열고는 망설였어. 초록으로 덮인 거므스레한 땅덩이와 물기 어린 냄새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지. 사방을 뒤흔드는 고동 소리가 어디서 나는가 했더니 수컷 점박이물표범 한 마리가 풀장이 좁다 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내닫는다. 너울이 일며 물방울이 사방에 튀었어. 빨리빨리병에 절어 살았나봐. 휘익 날아가 버리긴 싫어. 낙타처럼, 독수리처럼, 물표범처럼 생동감 있게, 나아가기 위해 숨을 가다듬었어. 가다가 만나는 누구한테라도 손 내밀어 안부도 전해야지. 저 커다란 물고기나 고래라든지 깊은 물 속에 사는 문어 등 많은 생물한테. 헌데 발목에 통증이 그치지 않아. 물을 차는 힘이 약해졌나봐. 접영마저 부쩍 되지 않아. 그래도 가야지. 봄바다를 헤치면서.













Broken Heart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사한 여로  (0) 2013.04.16
사랑한 다음 순간  (0) 2013.04.09
봄 머리에  (0) 2013.03.12
갇힌 길 한 뼘  (0) 2013.03.05
데자뷰  (0) 201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