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백두대간이라지,
칠월 마루금에서 굽어보는 첩첩준령의 물결은 아득하다
신물나는 초록이 곰보빵처럼 부풀어올랐다
배낭을 멘 채 낯선 도시 뒷골목을 헤매었다
사람들이 달라붙어 빵의 하단을 야금야금 뜯어먹었다
쇼윈도우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창에 어린 종탑을 본다
익숙한 얼굴이 스쳐지나갔는데 그게 누구였을까
쫓아 올랐다가 허적허적 내려오던 길에서 보던 수 많은 갈림목을 생각했다
늦은 오후 햇살 잦아들 때 꺼내어 보겠다고 시건장치를 걸어둔 창고에서
통색으로 갸웃거리는 낯설음
안개 속을 떠돌듯 모호하기만 하다
실체를 모르고도 무언가를 찾기 위하여 두리번거렸다
찢어지고 깨진 다음 흩어져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를 보는 나
아침 나절에는 우기를 알리는 뇌성벽력이 시끄러웠다
바지가 척척하도록 걸어도, 웃을 수 없어 안타깝다
Ralf Bach, Summer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