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자고 나도 여름

*garden 2013. 8. 21. 07:05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올려 두었다. 가스렌지 새파란 불길이 생물처럼 파르랑댄다. 맴돌이하던 후끈함이 주변을 덥힌다. 가만히 있어도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달아올라 덩치가 커진 여름. 강을 지우고 산을 달군 다음 딛고 선 땅마저 푹푹 쪄대는 바람에 질색한다. 대체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이 더위에서 얼만큼 버틸 수 있을까. 냄비 속 라면물에 기포가 생기며 자글자글 끓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아우성이 터졌다. 내다보니 운동장이 좁다 하고 아이들이 펄떡거린다. 수은주 빨간 기둥이 사십도 가까이 치솟은 곳도 있다. 땡볕 아래서도 공을 따라 지칠 줄 모르고 쫓아다니는 저 열정이 부럽다.
아이들과 신당동 떡볶이골목에 다녀온 친구 얘기를 들었다. 족발은 장충동, 순대국밥이라면 수원역 건너편 순대골목을 찾아가야 하듯 냉면을 먹기 위해 오장동을 뻔질나게 드나든 적도 있다. 육수의 고소함과 식초, 겨자가 뒤섞인 알싸함과 면발의 쫀득쫀득한 조합이 시원한 여름 먹거리로 제격이다. 함흥냉면과 흥남집이 나란히 성업중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회사 근방에 있는 평양냉면 전문집은 육수를 중시하는, 류가 다른 냉면을 만들어 낸다. 여름철 냉면 맛을 떠올리면 입안에 침이 고여 아닌 게 아니라 인이 박힌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평안북도가 고향인 어른이 올라 오신 김에 모시고 간 적도 있다. 집안 사람이 하동면옥을 운영하는 회사 동료와 현풍할매곰탕 원조 할머니 딸에게 장가 간 친구가 저마다 접한 장사 방법, 국물 맛을 우려내기 위해 애쓰는 각고의 노력, 지방 고학생을 가게에 두고 스물네 시간 끓여낸다는 곰국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나중 냉면 육수의 불결함과 넘쳐나는 대장균 등의 뉴스를 들으면서 어쩌다가 냉면을 찾지 않게끔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입맛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내심 기피한 건가. 마침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들 함성을 들었다. 골이라도 넣었겠지. 비로소 라면도 팔팔 끓어 올랐다.
건더기 수프는 제외하고, 심심하도록 물을 넉넉하게 부었다. 뒷베란다를 기웃거린다. 콩나물이라도 있다면 마땅히 넣겠지만 이외에도 대파와 매운 고추라도 한둘 썰어 넣어야 제맛을 낼 수 있다.














Giovanni Marradi, Promises. etc,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길  (0) 2013.09.06
바람처럼  (0) 2013.09.03
before noon, 일상   (0) 2013.08.13
여름에 부쳐  (0) 2013.08.07
다시 길에  (0) 201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