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소통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산을 오르는 길, 숲을 지나는 길, 내를 따라 흐르는 길, 별이 뜨고 낭창하게 달빛이 흐르는 길, 꽃이 피는 길, 너에게로 가는 길 등을 아우르다 보면 날선 마음이 비로소 눅눅해진다. 길은 자연이고, 우리에게는 삶 그 자체이다.
길은 만남이다.
누군가는 숨결을 드높이고, 생각을 가다듬거나 마음을 물들이면서 걸음으로 나아간 흔적을 만든다. 밥주발을 엎어 놓은 것처럼 둥그스름한 언덕을 오르거나 과수원을 통하고, 묵정밭 옆 자투리 땅에 숨은 연못에 비친 하늘을 눈여겨보며, 키다리처럼 어깨동무 한 상수리나무 숲과 서낭당도 지났다. 아름드리 떡갈을 휘감아 오르는 선한 바람을 만나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도 헤아린다. 산중 다람쥐의 재빠른 몸짓을 보거나 작은 꽃들의 합창을 듣기도 하고, 해가 뜨는 언덕을 누비는 길에서 낯익은 것들과의 조우에 눈웃음을 짓는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흥겨움에 어깻짓도 한다.
길은 사랑이다.
생을 부추기는 샘이 있어 생명수를 한모금 마실 때마다 환희로 들이차는 길. 사려의 숲자락을 드나들며 엇갈리거나 나란히 걷는, 나를 닮은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 길에서 보는 너는, 긴 그림자를 끌고 있는 또 다른 길이다.
Greg Maroney, Castle of Wonders,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