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바람처럼

*garden 2013. 9. 3. 09:40





큰키나무를 빌어 촘촘해진 그물을 끌어올린 덩굴손. 한 계절을 담아 놓고 겨우 세상 위에서 우쭐거리지만 내 눈에는 그게 우습다.
건성으로 살 수 있어야지. 한눈을 팔면 팔수록 생활은 저만큼 멀어진다. 해온 대로 열중하여 주어진 일과에 파묻히다 보면 헤어날 길이 없다. 교통이 애매해 걸어 다닌 등굣길. 미어터질 만큼의 책과 도시락 등이 든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그게 단련이 되어 이십오분 만에 십 리 거리를 거뜬히 오가던 내 다리는, 하계연수원에서 산악구보를 하는 내내 꼬이기만 했다. 물론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일행 모두가 제대로 뛰지 못해 허덕인다. 이것쯤이야 싶은 마음은 온데간데 없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빠져나갈까 하는 궁리 뿐인데, 뾰족한 수가 없다. 오죽하면 산중에서 콜택시를 부를 생각을 했을까. 물론 불러도 오지 않는다. 망상만으로 그치고 어떻든 뛰어 산을 넘어가야 했다.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한 산길이 야속하다. 자세가 틀어지고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암담하네. 이렇게 금방 체력이 바닥 날 정도라니.'
투덜대거나 넉두리를 늘어놓아도 갈 길은 아득하다.

자동차를 장만했다. 차를 먼저 빼낸 친구 녀석이 이죽거린다. 자기 차가 더 잘나간다며 치기를 보이기도 한다. 사양이나 성능이 나날이 좋아지는 바람에 아닌 게 아니라 서너 번 차를 바꾸었다. 그만큼 많이 다니고, 빨리 달려왔지만 지금에서야 부질없다. 이기를 빌어 편해질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육신은 나약해졌다. 털복숭이로 사냥감을 찾아 누비던 야성은 어느덧 환영 받기 어렵다. 남자가 화장을 하고, 굽 높은 신발을 신기도 한다. 이 또한 꼴불견이어도 다들 그렇고 그런 생활을 흉내내고 즐기는 게 보인다.
걸음마로 세상에 선 다음 난전판을 기웃거리듯 쫓아다니기만 했다. 늘 바쁜 기척이다. 이에 실망하다가도 한편으로 존경스럽다는 식구들은 집 앞 마트에만 가도 차를 운행하자고 했다. 청소도 로봇에게 맡기고, 매일 외식만 하기를 바란다. 이제 쇼핑도 전화나 인터넷으로 하기에 굳이 나다닐 필요도 없다. 이러다가 우리는 가만히 누워 지내야 할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가급적 생각을 줄이기로 했다. 행하고 내 걸음만큼 육신을 움직이는 일에 소홀했다. 몸을 튼튼하게 하고, 비만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걷기의 장점을 들지 않더라도 멀리, 오래도록 싱그럽게 떠돌 참이다. 숲이나 언덕, 산과 내, 눈비 속을 거침없이 다녀야지.
















Daniel Kobialka, Qui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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