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꽃을 달고 화사하게 웃던 손바닥 만한 버들마편초. 비 올 적마다 지은씨가 긴 손가락으로 감싸쥐어 뒤뜰 화단가에 갖다 두곤 했는데 어느덧 침묵에 잠겼다. 오종종한 꽃은 사그라들고, 이제 잎과 줄기가 말라 뒤틀린 채 시멘트 담장 아래 뉘엿거리는 햇살 아래서 애처럽다. 겨울이 코앞이어서는.
'그 나이에 새삼 무슨.....'하고 반문하겠지만 늦다 여길 때가 차라리 이르지 않은가. 이(齒)를 교정한답시고 생니를 몇 개나 뽑고, 보철을 한 다음 두어 해째 견디는 지은씨. 노처녀인데다 식성도 사사로워 그저 빵 나부랭이로 떼우다보니 일백칠십에 육박하는 키도 꾸부정해 보인다. 얼핏 영양 섭취가 불균형한 때문은 아닐까. 창백한 살결에 주근깨 많은 얼굴은 마주치면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데, 여린 기색이 버들마편초 못지 않다.
내 안에 잠겨 헤어날 줄 모르는 때가 내게도 있었다. 둘러봐도 나 닮은 이는 그야말로 찾을 수 없었지. 사람들의 떠들썩한 이야기는 공허하게 울리며 사라지는 소음일 뿐, 심지어 지구가 자전이나 공전을 멈춘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허기와 갈증으로 견딜 수 없는 밤이 이어진다는 게 서러웠다. 그런 때 유난히 짧은, 자기 속을 송두리째 드러내야 하는 가을이 사방에 어우러져 제 빛을 내뿜고 있었다.
Secret Garden, Serenade to 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