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어머니. 한겨울 동면도 없이 나대 미움 받는 여우처럼 악착같은 살이를 영위했다. 때로는 그게 단면적 오해로 비쳐 동네 아낙들에게 질시를 받지만 그래도 의연하다. 그 부지런함으로 인하여 우리야말로 고역이었다. 잠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아 걸핏하면 부른다.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시키기 일쑤이기에 오죽하면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 작정까지 했을까.
당신은 치성 드리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벽 어스름이 가시기도 전 자석에 끌린 것처럼 일어난다. 장독대 한켠에 정안수를 떠놓고 집안의 평안을 위해, 식구 하나하나의 영달을 위해 읊조리며 빌고 또 빌었다.
한해 재수를 해 수능시험을 치는 아이가 집안에 있어 안부 전화를 낸다. 신호가 가자 마자 밝은 목소리가 귓전을 콩콩 울린다. 지금 볼일로 운전중이라는 그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잘 치르겠지요. 기숙학원에서 알아서 수험장에 데려 가고, 끝나면 데려다 준다네요.'
시셋말로 '헐!'이다.
인적 드문 계곡에 누군가 석간수를 떠올려 놓았다. 씻김의 상징인 정안수. 몸과 영혼이 맑아지기를 바라는 요체이다. 스산한 바람에 나뭇잎이 서걱인다. 조금씩 묻어나는 가을 냄새를 들이키며 귀를 기울였다. 아, 들린다. 어머니가 중얼중얼 되뇌던 나즉한 소원도.
David London, Memories Of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