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판이 벌어졌다. 고성도 터진다. 처음에는 저네들끼리의 일이니 싶어 관여하지 않았다. 두고 보려니 날이 갈수록 싸움이 격해졌다. 그럴수록 앙금이 생겨 이제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릉댄다. 언뜻 보면 사소한 일에도 일말의 양보 없이 대치하는 게 어느 누구 편을 들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창피하지도 않나요?'
꾸짖거나 달래기도 한두 번이지. 머쓱해 그만 두겠지 했는데, 수긍하다가도 돌아서면 표변한다. 생각대로라면 둘을 한꺼번에 날리고 싶지만 그럴 수야 없다. 우선 급급해 취하는 대처는 마뜩치 않다. 사건이 비롯된 연원도 따질 것 없이 산지사방으로 줄을 쳐 벋어 나간 결과를 어지러운 심사로 맞는 나날, 다들 찡그려 불콰하다. 울화가 치밀어 옆에서 보는 나까지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싸워야 직성이 풀린다면 그렇게 해야지. 얻으려는 그 무언가를 위해서, 아니면 바라는 세상을 위하여 나무도 스스로와 다투지 않는가. 마냥 푸르른 날일 수는 없다. 물들이고 물든 다음 기꺼이 비워야 할 때이다.
Bob Dylan, Lily of the W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