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사의 프리보츠 수산물시장에 첼로를 든 사람이 나타났다. 시장 바닥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첼리스트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든 사람이 차례로 합세했다. 북적거리며 장을 보던 시민들이 어리둥절할 때 통로 한가운데 지휘자가 나타나 손짓을 한다. 여기저기 군중 속에 섞인 합창단원들이 '합창교향곡'을 부른다.
이 시장 콘서트는 오데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극장이 기획한 깜짝공연으로, 혼란스러운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형제애를 지지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갈등이 있어도 이를 딛고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갈등으로 인해 봉합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프리보츠의 '합창교향곡'처럼 뭉클한 봄 소식. 봄은 선한 눈망울을 굴리는 어린아이를 닮았다. 트램펄린 위를 구르는 아이들처럼 폴짝거리며 세상을 기웃거리다가 어느새 들이찼다.
Lee Oskar, The Day After You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