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승종점보다 더 들어가야 하던 학교는 전교생이 육천 명을 넘나들었다. 수업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져 있어 정오 무렵이면 운동장에 아이들이 들끓었는데, 곳곳에서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분이가 학교에 젤리사탕을 갖고 와서는 하나씩 나눠준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달라고 했지만 분이는 친한 친구에게만 준다. 짓궂은 녀석 하나가 괜히 화가 나 집적대다가 기어이 분이를 울렸다. 분이가 나를 보자 쪼르르 와서 눈물이 글썽한 채 젤리사탕을 두 개나 준다.
'분이가 왜 내게 이걸 줄까?'
영문도 모르고 받은 빨강과 초록 젤리사탕을 간수한다. 분이 뺨에 어린 눈물이 생각나 먹지도 못하고.
분이의 젤리사탕은 기억 속에서 반짝이다가 가끔 내 책장 선반에 놓여지곤 했다. 만지면 녹을 것만 같은 우리 아이가 까망 눈망울로 아장거리다가 깨금발로 서서 고사리손으로 책장을 가리켰다. 아이를 하늘만큼 높이 추켜안으며 말랑말랑한 볼을 꼬집는다. 부드러운 젤리사탕은 그때나 변함없다. 달콤한 맛을 오물거리며 아이가 산비둘기처럼 꿍얼거린다. 향기로운 솜설탕이 웃음으로 번져나왔다. 쫄깃쫄깃한 젤리사탕을 먹지도 않고 챙겨왔던 분이도, 지금 그 눈부신 알록달록함을 자기 아이나 손주에게 챙겨주고 있을까나.
Stefan Pintev, Ein Kinder Tr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