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여 름

*garden 2014. 8. 1. 10:08




환한 여름.
'다들 휴가지는 동해안으로 정했나 봐.'
'어휴, 저 차들 좀 봐. 도무지 끝이 안보여.'
몇날 며칠 궁리한 다음 바리바리 싸서는 길을 떠났다. 설마하며 신새벽에 나서도 예외없이 길에서 한나절을 묵히기 예사. 언젠가는 숙박할 곳을 찾아가는데 종일토록 달려가기도 했다. 집착하면 근심이 따르는 법. 여장을 풀 겨를도 없이 돌아올 걱정부터 한다. 아이들이 우유로 끼니를 채울 때인데 가게마다 동나 구할 수 없다. 이것저것 가릴 틈 없이 쫓아 나왔는데, 누구나 생각이 같아 새벽부터 움직이는 차들이 길을 메우고 있다.
애당초 호의호식한다고 여긴 적 없지만 떠나면 고생 뿐이어서 고개를 흔든다. 그래도 때가 되어 떠나지 못하면 안타까운 일. 비록 앞뒤가 막혀 꼼짝하지 못하더라도 길다랗게 병목이 진 곳을 벗어나면 꿈에서나 그리던 도원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더러 길가에 지쳐 허영거리는 다리로 버틴 이도 띄지만 이도 추억거리. 이즈음 한참 맛이 든 복숭아 하나를 꺼내들었다. 한입 베물자 물이 뚝뚝 들며 과육의 부드러운 단맛이 혓바닥에 녹아든다. 여름 삼복 한마당에서 행여 마주치거든 부디 그대 쌀쌀거리지 말기를!


















딱따구리 앙상블,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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