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맛과 티격태격하다

*garden 2014. 8. 21. 09:22




점심을 함께한 일행이 계산대에서 머뭇거린다.
'왜 그래요?'
'김치찌개 값이 올랐네요. 천 원이나 올려 칠천 원이라니.'
'온통 오르는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어 업종마저 달라지는 식당들. 주변에서 단골로 드나드는 식당이라야 겨우 몇몇 뿐인데. 슬금슬금 올리는 사정을 모르지야 않지만 몇년 전 사천 원 하던 기억이 뻔한데 이제 두 배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점심을 먹어야 한다. 물론 이삼만 원이나 하는 한정식이나 뷔페음식도 있지만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서민이 즐겨먹는 점심 가격을 덜컥 올리면 어떡하나. 돈 가치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대체 사오천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같이 점심을 먹으러 다니는 이는 가격이 오르거나 반찬이 부실하기라도 하면 아예 발을 끊는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는 우스개를 한다.
'그래서야 나중에 들를 집이나 남을까.....'
헌데 의외로 완강하다. 말을 덧붙일 수 없을 정도로. 이 집도 들르지 말자고 할 게다. 그럼, 맑은 국물이 좋아 먹는 김치찌개는 이제 끝인가. 천 원이라는 가격 인상으로 조만간 사람들 발길은 뜸해져 김치찌개집은 결국 문을 닫을 게다. 오래된 설렁탕집은 어느 때 국물이 예전 같지 않아서, 수제비집은 가격이 터무니 없이 올라서, 순대국집 노부부는 불친절하여 가기 싫다니, 이런저런 핑게로 스스로의 발길을 옭아매는 고집도 우습다.
아이에게 회사 근방에서 밥을 사 준 적 있다.
'이 집 된장찌개가 괜찮지 않아?'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근육도 없이 키만 멀대 같아 구부정하게 걷는 녀석. 운동을 하라고 다그쳐도 잔소리로 들을 뿐이다. 식성이 제 아비와 달라 달착지근한 맛을 내는 퓨전레스토랑 같은 데나 기웃거리고, 숙성된 국물맛을 제대로 음미하라는 내 말은 마이동풍이다. 대화가 이어질 수 있어야지. 찰진 밥과 궁합이 맞는 찌개를 떠올리다 보면 결국 엄마 손맛이 제일이다. 맛이 입에 감겨 기억을 일깨우며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는 없을까. 헌데 맛있는 것을 찾아 먹으려고 애쓰면서도 낯을 찌푸리게 되었다. 동료 중 한 사람은 찌개에서 살코기만 건져 먹는다. 또 다른 동료는 생선만 나오면 달려들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고기나 생선 등에 쉬이 젓가락을 갖다대지 않지만 혹여 입맛이 당기는 날 맛이나 볼 요량이어도 어림없다. 일행은 안중에 없이 허겁지겁 들이키는 모습에 내색하기도 그렇다. 입에 넣은 숟가락으로 된장을 휘휘 저어놓는 이도 있다. 식사 예절을 따지지 않더라도 배려는 습관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새삼 말한다고 바뀔까. 설령 충고가 그럴싸해도 선뜻 받아들이기에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충고가 고까워서 내게서 다른 꼬투리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걸 보며 실소를 터뜨린 적도 있다. 따지며 시시콜콜 늘어놓은 이 글도 동료들이 보면 마음 상할 것이다. 그래도 거슬리는 아전인수격의 고집과 팽배한 이기심을 그냥 두지 못하는 나.
남부 지방에는 비가 잔뜩 내렸다고 한다. 간간히 듣는 빗발에 여린 매미 소리가 애처롭다. 어쩌면 굴곡 없이 살아 이런저런 꼴을 넘기지 못하는 마음도 문제이지 않을까. 온전히 뒷방 늙은이로 나앉는 게 싫어 내지르는 말이다. 섞이지 않으려는 것도 유난스럽다. 말이 많으면 허물도 많다고 했지. 우선, 사람들이 말을 믿지 않으며, 가르침도 받아들이지 않고, 미움을 사게 되며, 거짓말이 많아지고, 남들을 싸우게 한다고 했으니.












Steve Barakatt, All ab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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