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 곱게 한세상 지날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반짇고리를 만지며 툭 내뱉는 당신
아닌 게 아니라 살이가 만만해야지
수렁에 빠진 듯 옴쭉달싹 못하기가 다반사여서
있는 듯 없는 듯 견딜까 하다가도 그예 배낭을 꾸렸다
이것저것 챙기며 갈망하는 순간 한때의 기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가 아파, 통증으로 깨지 않게 잠 잘 때는 턱을 꽁꽁 동여매야지
떠나겠다고 일어서려다가 문득 발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뱀처럼 맨바닥을 기어다니기만 한 사랑
간밤 사방에 별이 떨어진 꿈을 꾸었다
미늘에 걸려 발버둥치듯 흔적으로 남은 시간만 지천이다
행여 조각에 채일까 조바심하며 사행으로 움직였지
젠장할, 오래 전에 어두운 공간에서 울어버린 그 아이를 떠올렸어
나무 그늘에서 숨을 고르는데 텁텁하여 미칠 것만 같았다
전동차 안 통로에서 아쉬탕카 빈야사 요가 중 나무자세 유지하기
진동을 가라앉히며 생각을 모으고 몸을 합일시켜 균형잡기
나를 버린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아
답답하여 큰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순간 거짓말처럼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
다들 기린처럼 목을 빼들고 두리번거렸겠지
그럼 그렇지, 정상인이 그럴 리 없어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되는 대로 꺼내다가는 뒤를 돌아본다
배낭을 맨 어머니 같은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잦아드는 괴성
그 노랫말이 뭐였더라, 지난 다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어
이상한 소리에도 놀라지 않을 때쯤 그 모자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한 칸씩 전동차를 옮겨가며 타는 것 같았어
볼 때마다 아들은 손뼉을 치거나 노래를 부르기 일쑤였어
배가 빵빵한 배낭이야말로 늘 어머니 등에 거북 등짝처럼 얹혀 있었지
풋풋한 비 내리고 비로소 팔팔해진 여름
용케 쫓아나온 이 해의 첫 매미가 시름시름 울었다
어두운 곳에서 꿈꾸던 때가 차라리 좋아,
삶이란 꾸릴수록 쓰라려서
S.E.N.S, Remembering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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