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든 고기든 쌈으로 싸먹기 좋아하는 우리. 쌈재료에는 김이나 미역, 다시마, 톳 등의 해조류도 있지만 참나물이나 곰취 등의 나물 외에도 미나리, 쑥갓, 깻잎이나 상추, 배추 등이 보편적으로 등장한다. 요즘 상에 오르는 재료는 다국적이어서 양배추를 위시하여 쌈케일, 브로콜리, 치커리, 비트잎, 셀러리, 콜리플라워 등 이름이 익숙치 않은 것도 많다. 몸에 좋다는 데에야.
회식 중에 누군가는 상추에 신선초, 청경채, 쑥갓, 치커리, 뉴그린 등으로 여러 겹 싼 다음 고기까지 얹어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서는 넣어 먹는다.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자 억지로 씹다말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이렇게 먹으면 입안에서 각각의 오묘한 맛이 따로 놀다가 섞여지는 게 일품이에요.'
나도 아욱국 한 숟가락에서 맛보는 그윽함을 음미하며 흙과 바람, 햇빛을 어울러 생각했다. 다양한 맛을 느끼는 미각 메커니즘은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주커 교수에 의해 최근에 규명되었다. 혀와 미각세포에서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2000년, 단맛 수용체는 2001년, 감칠맛 수용체는 2002년, 신맛 수용체는 2006년, 짠맛 수용체는 2010년에 뒤이어 발견되었다. 여기서, 단맛이나 감칠맛은 음식에 영양이 풍부하다는 신호이며, 신맛이나 쓴맛은 몸에 해로운 것이 들어있다는 신호로, 짠맛이 지나칠 때 느껴지는 불쾌감은 적정량 이상의 염분 섭취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맛'을 통해 음식에 대한 정보전달 습득 체계는 사람 뿐 아니라 여타 동물도 마찬가지이며, 구조도 유사하다. 다만 맛을 느끼는 수용체 없이도 살 수는 있다. 고양이는 단맛 수용체의 이상으로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주로 식물성을 섭취하면 느껴지는 단맛을 육식성인 고양이가 억지로 느낄 필요가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개는 잡식성으로 단맛을 인지하지만 초식동물인 판다는 감칠맛을 모른다. 즉, 감칠맛 수용체가 불필요하여 그게 없어도 살아가는 데는 불편하지 않다. 인류 다음으로 뇌가 발달한 돌고래는 이런저런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육식성인데도 돌고래가 맛을 못느끼는 이유는 먹이를 통째로 삼켜 미처 혀에서 맛을 볼 시간이 없는 탓도 있다. 이는 도망치는 먹이를 쫓아가 낚아채려는 절박한 움직임에서 만들어진 영양습득 습관이다. 미식예찬가인 장 앙텔므 브리야 샤바랭은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먹는 법을 안다'고 했다.
염천의 묵정밭에서 상추가 꽃을 피웠다. 땅심을 받아 부챗살처럼 몸을 열어 부드럽고 달콤하던 상추, 어느덧 억세졌다. 꽃대를 세운 여러 종류의 상추만 있는 줄 알았더니 햇볕 아래서 다른 꽃을 피우려고 사랑을 속삭이는 무리도 슬쩍 보인다.
Elijah Bossenbroek, on The 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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