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두 발로

*garden 2014. 7. 1. 09:18




축구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중이다. 브라주카를 쫓는 눈과 눈. 저절로 터져나오는 환호와 탄식, 그리고 승과 패에 따른 명암. 나도 마찬가지로, 눈뜨면 확인하고 감탄하다가 애석히 여기거나 부러워하기도 했다. 잠을 설치며 중계방송을 보다가는 화를 내고 상대팀과의 격차를 느끼며 침울해졌다. 우리나라는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공은 둥글기에 축구는 계속된다.
FIFA가 정한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는 아마존 강의 형상을 표현했다는 조각 여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월드컵 때까지는 육각형의 서른두 조각으로 된 축구공이 사용되었다. 이후 2006년에는 열네 조각, 2010년에는 여덟 조각의 '자블라니'가 사용되었다. 조각이 적을수록 이음매도 적어 공은 구(球)형에 더욱 가까워지고 불규칙성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전 '자블라니'는 심하게 흔들려 골키퍼나 공격수들이 애를 먹은 반면 '브라주카'는 슛의 정확도가 월등하며 빠르다고 한다. 실제로 골문 앞 이십 미터 전방에서 초속 이십 미터로 프리킥을 차면 1.18초 만에 골대에 도착할 정도이다.
운동이 대개 그렇지만 축구는 격렬하다. 공을 쫓아 땀범벅인 선수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몸을 틀어야 하고 정지하기도 한다. 발이 엇갈리며 스파이크로 상대 선수를 찍어 누르거나 태클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도 한다. 헤딩을 경합하다가 머리를 짓찧기도 하고, 몸이 부닥쳐 다치기도 예사이다. 우루구아이의 골케터 수아레스는 이로 상대선수를 물어뜯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당연히 인대나 근육, 힘줄, 뼈가 나가거나 부러지는 건 예사이다. 물론 심장 이상으로 경기중 쓰러진 선수도 있다.

불현듯 두 발로 서기 어렵던 때를 떠올렸다.
9세기의 선승 임제 선사는 '기적이란, 물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실감한다. 병실 바깥으로 바람이 지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몸이 제약된다는 건 견딜 수 없다. 누워 있으면 꿈도 현시로 이어졌다. 어느새 뭉툭해진 듯한 발 끝을 절뚝이며 걸었다. 땅을 짚을 때마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이들이 새삼 부럽다. 저런 엄청난 기적을 모르고 있다니. 지난 일이나 앞으로의 걱정스러움에 구애될 것 없이 오직 삶을 느끼는 이 한순간이야말로 나도 우뚝 서있고 싶을 따름이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두 눈 감고 한 발로 서기'는 직립으로 자기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트레이닝이다. 이십대는 평균 90초 이상 서있을 수 있지만 삼십대, 사십대로 갈수록 70초, 50초로 줄어들며 75세 이상은 3초 이상인 경우가 겨우 0.8% 정도라고 한다. 몸의 균형은 평형감각기관이나 피부, 근육의 버팀, 틀어진 골격, 근력 등과 관계 있는데 이 실험으로 어느 정도 몸의 균형감각 쇠퇴 정도를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게 뚜렷하므로 이도 훈련으로 단련시켜야 한다.
다행히도 거뜬해졌다. 처음처럼 아무렇지 않을 수야 없지만 이만한게 어딘가. 다시 바람이 인다. 가슴에 초록물이 들이차 견딜 수 없다. 가마솥을 달군 듯 펄펄 끓는 때, 그래도 괜찮다. 이제서야 이물감 없이 세상 어디든 거침없이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벌떡 일어났다.












John Aderney, The G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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