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함께하는 일

*garden 2014. 6. 23. 14:31




급한 전갈이 있는데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아니, 신호가 가는데 계속 통화중이라면?
전화를 하려고 쫓아간 공중전화기 박스를 앞서 차지한 사람이 노닥거리면서 뒤에서 듣기에도 한가한 얘기만 줄줄 늘어놓고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나? 휴대전화를 지금처럼 갖고 다니기 전에 한번쯤 겪은 일이다. 무선전화기를 설치하자, 우리 꼬마는 영화에서처럼 괜히 전화기를 귀에 대고는 웅얼대며 거실에서 왔다갔다 하는 시늉을 한다. 늘어선 시내 공중전화 박스에서 저마다 통화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표정과 몸짓을 풍경으로 담고 싶은 때도 있었다.
애플에서 전화기를 만든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진작 사무실에서 애플의 맥킨토시를 운용하고 있어 그 효용을 알기야 하지만 뜬금없이 전화기라니, 컴퓨터와 전화기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머릿속에서 쉬이 연결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자기가 뽑은 CEO 존 스컬리에게 쫓겨나야 했던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여 뭔가 만들어내야 할 강박관념에서 추진하는 일인가 싶어 의아해 하였을까.
그렇게 쫓아나온 손전화기가 이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실험에서, 스마트폰을 없애자 안절부절하는 아이 모습도 볼 수 있다. 즉시 소통에서 나아가 SNS, 카메라와 네비게이션 기능, 유저 중심 인터페이스의 편리한 사용, 마켓 및 검색 기능, 멀티미디어 사용, 음악이나 영화감상, 음성녹음과 동영상 촬영, 게임, 위젯 등을 사용한 일정 관리, 메모 등과 긴급시 위치 추적 등의 스마트폰 장점은 과다한 요금과 오작동, 분실에 따른 개인정보 노출, 스마트폰 범죄, 사기, 중독성이나 전자파로 인한 나쁜 영향 등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기에 실내나 길거리 등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고 거기 빠져있는 사람을 지천으로 만날 수 있다.

막간의 지루함도 못견디는 우리들.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벨과 문자메시지 도착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운전중에도 긴 통화를 예사롭게 하거나 문자를 찍어 보내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건 일깨울 수라도 있지. 자고나면 십여 통씩 들어와 있는 스팸문자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술자리에서 누군가는 SNS 밴드 모임에서 지난 밤새 들리는 소음으로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를 몇 번째 되풀이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새벽까지 있었더니 전화기가 불난다. 이를 미처 받지 못해 후환이 깊다. 일과 진행중에도, 회의실에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는 이가 있다면 틀림없이 잘못된 일이다.
계속 울리는 전화벨은 짜증스럽다. 벨이 심장 아래쪽 신경을 긁는 듯하다. 누가 저리 사람을 쫓는가. 온전한 나로 놓아 두지 않고 소진시키다 못해 탈진하게 만들 심산인지, 시도때도 없는 전화벨은 자신에 대해 돌아보지 않고 주변 다른 이의 사정은 관심 밖에 있는 이가 틈만 나면 닥달하는 족쇄 같아 내팽개쳐 버리고 싶다만.

누군가 글을 남겨 놓았다.

빈 술잔은 채워져야 하고, 노래는 불려져야 하며, 카톡은 빨리 읽혀지고, 비밀은 살랑살랑 퍼져나가기를 갈망한다....

또 다른 이가 댓글을 단다.

카톡을 두시간 정도 묵히면 전화가 와요.
'전화기 고장 났냐?'고. '아니'라고 했더니, 덧붙이네요....'열여덟!'....그리고는 끊어요.

나도 사회에 속한 사람이어서인지, 산에 들어 종일 전화를 받지 않은 다음이면 궁금한 듯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Ralf Bach, New Moon Wintry & Starry 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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