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따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길이 끝나는 곳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길이 길로 이어져 돌아오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신주에서 전신주까지 구간을 정해 세듯 걸었다. 구름이 어느 순간 빠르게 움직였다. 내 걸음도 자연히 빨라졌다. 희끗한 눈발이 비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길에 발자국이 남을 정도였는데, 이제 눈송이가 커졌다.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쌀알 같은 눈송이가 얼굴에 얹혔다. 발 밑에서 함께 가듯 뽀드득거리던 마찰음은 아예 들리지 않고 얕은 고무신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빠진다. 양말이 젖어 미끈댄다. 얼얼한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어둠이 빠르게 시야를 가렸다. 눈 때문에 사방이 그리 분간하기 어렵지 않을 정도이다. 목적지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선인장 화분 위로 넘어지며 자지러지던 여동생 울음이 귀에 쟁쟁하다. 일면 '그렇게 혼이 나봐야 돼.'하고 중얼거리기를 되풀이하면서 발을 뗐다. 앙상한 양다리가 젓가락질 하듯 뻣뻣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놀렸다.
Secret Garden,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