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원대리 자작나무 숲

*garden 2015. 6. 24. 17:04








오래된 것에서는 애틋한 향기가 난다. 자연에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아름드리 나무로 들이찬 숲을 찾는 이유이다. 숲을 이룬 나무를 올려다보면 저마다 기품이 있어 위안을 준다. 숲을 다녀오는 가족 모습에 초록 웃음이 묻어있다. 빙긋 웃는 나를 보며 그들도 손을 흔들었다. 오후 무렵이어서 한껏 달아오른 텁텁함에 지끈거렸는데 비로소 마음이 가라앉았다. 심호흡으로 가쁜 숨을 지우며 몸과 마음을 달랬다. 나무 사이 노란 햇살이 색종이 조각처럼 떨어져 내리는 찰나, 흙먼지를 일으키며 소란스럽게 달려온 사륜구동 자동차에서 사내 서넛이 내렸다. 조금 전까지 적요로 평화롭던 숲이 흔들렸다. 고성이 오가고 왁자지껄했다. 사나운 맹수들이 들이닥친 듯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란을 일으키던 이들이 제풀에 그치고는 낄낄거리며 차를 타고 사라진다.
"저 사람들 왜 그럽니까?"
"글쎄요. 무언가 못마땅한 게지요!"
"대체 누굽니까?"
"이 지역 국회의원입니다...."
"참나, 국회의원이란 게 그리도 대단하답니까? 예의범절이라고는 눈을 닦고 봐도 없네. 군복 입은 작자는 저 아래 말 키우는 사람 맞지요?"
"내려가서 인터넷에 한번 떠들어 주세요."
숲지기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대중이 보는 인터넷 게시글도 사용하기에 따라 피장파장이다. 너도나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원하기만 한다. 이곳 숲까지 한발한발 떼어 청량함을 꿈꾸며 올라온 사람들의 걸음이 무색하다. 어디서건 날뛰는 것도 습관이다. 눈총 받는 줄도 모르다니. 숲에서 연설하듯 주먹을 휘두르며 피우던 소란에 다들 낯 찌푸린 것을 그 의원 나리는 모르는 걸까.





 

 








G. Donizetti, Serenade For Clarinet And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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