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전화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갸우뚱했다. 블루오션이 대세라지만 IT기업에서 전화기를 만들어? 거듭 생각할수록 뜬금없다, 그게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서. 그렇찮아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애플의 Mac이라든지 소프트웨어 가격이 만만찮아 결제를 받을 때마다 몇날 며칠 싸워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폰이 출시되자 줄 서서 발빠르게 구한 소위 '애플빠'는 걸핏하면 자랑질을 일삼아 눈꼴시다. 헌데 우리 아이들마저 거기 합류해 다니기에 무어라 말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손 안 장난감처럼 신기하던 것이 어느새 당연시되어 디바이스를 켜고 길을 가면서도 눈을 떼지 않는 사람 뿐이니. 젊은 날의 얼리어답터 기질은 온데간데 없이 별 수 없이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전화기를 들고 다녔는데, 기기도 비싸지만 매월 통화료도 상당해 다들 가계 부담이 가중되었을 게다. 여기에, 기술력이 뛰어나서인지 약정기간만 지나면 용케 알아먹고 전화기가 탈 난다든지 통화가 끊어지기 일쑤이다. 고민하던 차에 액정화면이 덜컥 깨져버렸다. 망설일 것 없이 큰맘먹고 아이폰을 장만했다. 부담스러울까 걱정했는데 하루이틀 지나자 대체로 괜찮다. 수긍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을 온갖 이유를 대며 괜히 유난 떨었는지. 무엇보다 이로 습관처럼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대신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Vince Madison, The Spanish prin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