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땀구멍이 다 열려 경쟁하듯 땀을 내뿜는다. 맨살이 닿은 바닥이 끈적거리다 못해 척척하다. 비가 오려는지 오후께부터 구름이 두텁게 몰려든 것을 보았다. 눈을 감아도 어수선한 주변이 감지된다. 심야임에도 도로 폭주족이 자동차 굉음을 요란하게 터뜨리며 내달렸다. 그 뒤로 들뜬 어둠과 떠도는 시간이 뒤섞였다. 춥거나 더워도 내색없이 견디도록 배웠는데, 인제 그게 여의치 않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났다. 컴컴한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들어간다. 벗어젖힌 옷을 팽개치고, 샤워기를 틀었다. 끼얹는 찬물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던 텁텁함이 한겹씩 씻겨 내린다. 소나기처럼 쏟아진 물살이 바닥에서 요란하다. 여름 조각이 저희들끼리 뒤섞이다 사그라든다. 입을 벌려 물을 한움큼씩 들이킨다. 도무지 어두워지지 않을 여름 밤을 헤치며 대양을 가르듯 솟아올랐다.
살 만하다. 대신 잠이 달아나버려 밤이 초롱하다. 불을 켰다. 눈부신 빛살 아래 드러나는 사방 사물.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을까. 책꽂이에서 손에 잡히는 책도 꺼내고, 냉장고를 뒤져 술병도 가져오고, 컴퓨터도 깨웠다. 즐겨 들어가는 사이트 안에서는 밤이 무색하다며 와글거린다. 고개를 들자 건너편 아파트 칸도 띄엄띄엄 불이 밝히고 있다. 그대도 지금 이 시간까지 어떤 상념으로 깨어 있는가.
Kenny G, Forever I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