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채이는 마늘 두 쪽을 주워 선반에 올려 두었더니, 그게 며칠 뒤 싹을 틔웠다. 간밤 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베란다 구석 쯤인 듯하여 가 보았더니, 박스 안에 담아 둔 양파가 제 살을 깎아먹으며 파릇한 싹을 창병처럼 내밀고 있다. 소란을 꾸짖겠다고 쫓아간 내가 무안하다. 어쩌면 태어난 게 사명이라. 어둡고 쾨쾨한 곳을 마다하지 않고 비루하더라도 눈물겨운 삶의 몸짓. 너도 그러하냐!
Tol & Tol, A New Irish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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