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산다는 게

*garden 2015. 11. 16. 23:00




사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그저 그래.', '그날이 그날이지, 뭐.'
가볍게 받는 어투이다.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었어야 할까? 웃음을 거두고 눈을 들여다보면 신중해지기도 한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처럼 흔들려.', '어름사니가 줄타기하는 듯하지.'
심드렁하여 독백처럼 뇌까리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내 자신이 아닌 듯해.'
손에 잡힐 것처럼 빤히 보이다가도 불현듯 미로 속에 든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다고도 한다. 혼란스럽다거나 낯설다는 것은 삶의 깊이를 미처 재지 않고 내뱉는 말이다. 사는 게 '산 너머 산'이기도 하고, 안개 속을 떠도는 듯 '모호한 세상'이라는 것도 정말일 것이다. 도심쪽으로 내려서는 순간 귀가 '웅웅'거린다. '님을 위한 행진곡' 등 운동가가 종일 어우러진다. 북소리와 아우성 등이 끊이지 않았다. 남대문시장 안에서 갈치조림으로 저녁을 떼우고 나와 버스를 기다렸으나 아예 오지 않는다. 밤길을 빙빙 돌아왔더니 자정이 넘었다. 그래도 오늘 격정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얼마나 장한가. 나나 너에게 기꺼이 찬사를 보내고 싶은 이 마음을 아는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여름은 흔적 없고, 이제 가을도 간당거린다. 자이나교의 사두(Sadhu, 남자성자)나 사드비(Sadhvi, 여자성자) 들은 무소유의 맹세를 통해 세속의 것을 내친다. 간단한 옷이나 빗자루, 밥그릇과 지팡이 외 어떠한 재물도 소유하지 않는다. 잠깐 동안 외에는 건물에서 기거할 수 없으며, 음식은 탁발을 통해 구한다. 물론 사시사철 더운 지방이라면 이도 가능할 것이다. 음식을 남기면 상하므로 원하면 나눠주는 풍습도 있다. 얻어먹는 음식이므로 억지로 고기를 가려 낸다거나 하는 등의 사치도 부릴 수 없다. 사는 게 순리일 수도 있으나 억압으로 작용하면 끝이 없다. 다 옳지만 다 옳지 않다.












Helen O'hara, Love and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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