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는 것이 다 신기한 네살 귀염둥이. 유아원에 다녀온 어느 날 거침없이 소리친다. '똥!'이라고. 아이 입에서 '똥'이라는 말이 나오자 엄마아빠라든지 주변 어른들은 기함한 듯하다. 이것도 '똥!'이고 저것도 '똥!'이다. 놀라는 어른들이 재미있는지 아이는 연거푸 '똥이야, 똥!'하고 소리치고는 '까르르' 웃으며 저만큼 달아났다. 아이에게는 똥이 더럽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유희의 상상물이다.
덩달아 어른들도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요놈, 똥강아지가!"
이제 '똥'은 유쾌한, 웃음놀이가 되는 매개체이다.
정류장에서 근방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우르르' 올라타자 버스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앞뒤가 없이 온통 제각각 돌아간다. 낄낄거리며 '투덕투덕' 주먹질, 발길질은 예사. 입만 열면 쫓아나오는 질펀한 쌍욕들로 주변 모두가 사나워졌다. 낮고 음침하게 욕지거리를 내지르며 진정시키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발산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나이인 걸.
벤치에 떨어진 낙엽을 대강대강 치우고 한쪽으로 치우쳐 앉은 할머니들. 가끔 바닥을 기며 아랫도리를 휘젓는 바람이 야속하다. 몇겹으로 목도리를 둘러도 내일이 걱정이다. 그러고도 연민 가득한 세상, 연신 손사래에 혀를 차는 게 안타까운 일 뿐이다.
"아이구야! 홀대 받는 것도 서러운데, 억척스럽지 못한 명순이 쟈를 우짜노?"
오랫동안 머물던 공덕로터리의 모습이다.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 시간을 지금에 겹쳐보면 어질어질하다. 부대끼며 견딘 시간이 꿈만 같다. 어느덧 겨울 문턱인 소설, 가만히 달력을 들치며 남은 날을 세어 보았다.
Jane Burkman, Helen'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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