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길을 멈추고서

*garden 2015. 12. 13. 18:13




전 구간을 달린 마라토너처럼 마지막 스퍼트를 내는 중인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결승점에 발이 닿는 순간 허물어진 그대는, 위대한 스스로에게 치하를 보내는 한편 쓸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또, 집으로 돌아가는 누군가는 걸음을 서두를 게다. 마을을 감싸도는 저녁밥 짓는 연기에 저절로 빨라지던 숨결. 이윽고 사립문을 밀고 들어서며 음미하던 숙연함을 떠올린다. 쓸쓸함은 능력 밖의 허무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련 때문이고, 숙연함은 안도감에 앞서 비롯된 감정이지 않을까.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눈으로 쫓으며 괜히 쓸쓸하여 온기를 그리워하게 되고, 익숙한 이의 손이라도 잡으려고 두리번거려야 하는 때. 너도나도 절인 무처럼 후줄근해져서 채워지지 못한 감정 한 부분을 위로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깥 세상 어디서 의지가지 하나 찾을 수 있던가. 부대끼며 곱씹던 처절함이야 숙연함으로 덮고 우리 다시금 새 날을 맞을 준비와 그에 따른 각오를 되새겨야지. 그래도 지금은 앞으로의 시간보다 지난 시간에 대한 생각이 돌림노래처럼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흥겹게 노래를 되풀이하거나 도돌이표 같은 기호가 삶의 어느 시점에 있을 리도 만무해 조용히 고개를 숙여야 하는 저녁 어스름. 기적처럼 밤이 내리기 전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만나지지 않는 우리를 되새기거나 묵상을 하거나 무언가에 골몰하여 애쓰더라도 부디 그대 자신의 길을 그치지 않아 축복으로 환히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Salvador Candel, Acuerdate De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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