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무언가

*garden 2016. 1. 19. 13:17




삭풍에도 굳건한 겨울 나목들처럼 침묵하며 살 수 있을까. 작정해도 쉽지 않다. 생각이 소용돌이쳐 무심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굳이 입을 다물겠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말이 필요 없는 세상이다. 오늘 날씨와 경제 동향, 할 일을 점검하는 중에 아이에게서 온 메시지.
'나와서 식사하세요!'
밥 그릇은 내것뿐. 식구들은 이른 아침에 쫓아나가 보이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아이는 몇 달째 아침밥을 먹지 않으니. 혼자 밥을 먹고, 개수대에 빈 그릇일랑 담가두고, 구둣소리를 울리며 가는 보도를 회오리바람이 지난다.
그럼, 언제 말을 해야 할까?

"너 어제 산 운동화 어떻게 했어?"
오랜만에 듣는 뾰족한 기척. 기웃거리려다가 참는다. 간섭하나 하지 않으나 뻔하다. 으르릉대며 아이는 지지 않을 것이고, 송곳 같은 제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말이 말다운 구실을 할 수 있어야지. 말이 나오면 긁고 상처를 주어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그렇찮아도 위로가 필요한 계절. 너와 나의 말로 따뜻해질 수는 없을까. 가만히 사태의 발단을 들여다본다.
근방 할인점에 같이 갔다. 이즈음 유난히 날카로워져 있는 아이 기분을 맞추겠다며 운동화를 사 주고서도, 데면데면한 관계를 지우지 못했다. 바리바리 싼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눈길은 각기 다른 곳에 둔다. 아이는 엘리베이트 손잡이에 운동화를 걸어두고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보았겠지. 내릴 때쯤해서 제 엄마 눈치를 보며 바닥에 늘어져 있는 쇼핑백 하나쯤 거들었을거야. 운동화야 뇌리에서 까마득하게 지운 채.
잔소리에 질려 마지못해 '운동화를 찾는다'는 쪽지를 붙여 두지만 그게 돌아올 리 만무하다. 오늘 사무실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 허공으로 치솟는 메마른 기계음과 바람 소리가 섞이는 중에 함께 탄 낯선 여자는 그 잠깐을 못 참아서 핸드백을 떠억 손잡이에 걸어 두었다. 행여 두고 내릴까봐 일러주고 싶지만, 아침 스스로에게 침묵을 선언했기에 입 열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나를 알까.














Roman De Mareu Orchestra, Daegwall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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