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당가에서 내려오던 여동생이 잡아끈다.
"어머! 저기 좀 봐. 저 옷 어때요?"
"응, 요즘 입으면 딱 좋겠네."
"보고 가요."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까. 끄덕이며 옆에 섰다. 여긴 다른 곳보다 앞서 여름을 지울 참인지 세일중이다.
"마음에 들면 사 줄게. 입어봐."
색깔이 도드라져 파격적이지만 뜨거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원피스이다. 헌데 뒤따라 온 매제는 의견이 다르다. 온화한 색상 옷이 좋다며 다른 걸 권하는데.....
"그럼, 각자 한 벌씩 사 주지, 뭐."
졸지에 옷을 두 벌이나 챙긴 여동생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착하지만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매제. 십년은 족히 넘은 차를 아직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닌다. 뒤쪽 댐퍼(damper)에 이상이 있는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자동차가 '꿀렁'댄다.
휴일은 폭염주의보에도 불구하고 괴산 도명산에 쫓아갔다. 찬바람이 불 적에 뒷산 오르는 것처럼 수월하게 오른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만만했는데 오늘은 전혀 아니다. 이거야말로 산을 통째로 지고 오르는 것만 같다. 달아오른 해가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것 같은 날. 어지럽다. 허덕이며 깔딱고개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꼬물거리는 내가 우습다. 간신히 정상을 밟았다. 올라가는 일도 어렵지만 내려오는 일도 쉽지 않다. 끈적끈적한 습기가 내내 가시지 않았다. 지루한 계곡길을 돌고돌아 바닥에 닿았을 때에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화양계곡 물이 미적지근했지만 '얼씨구나!' 한다. 등산가방과 주머니 안 짐을 꺼내놓고 다짜고짜 몸을 던졌다. 그럴싸한 바위에서 생각 없이 뛰어내렸는데 의외로 깊지 않다. 물의 완충작용에도 불구하고 다리와 엉덩이를 통해 척추로 전해지는 충격이 크다. 십년도 더 묵은 매제 자동차보다 상태가 나빠졌다.
Gheorghe Zamfir & Roman De Mareu Orchestra,
Dreamy Love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