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뿌리 없는 시간

*garden 2016. 10. 27. 13:40




낯선 변방에 팽개쳐진 듯 황량한 기분은 왜일까.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씩 깨어나는 감각을 따라 비로소 피가 통하는 말초신경들. 어린아이처럼 손발을 꼼지락대며 눈을 떴다. 오늘이 며칠인가. 지난 시간이 생각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시간은 더더욱 감조차 없다. 여기 세상에 존재하는 게 나뿐일까. 별 뜻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람에 중심을 잃은 연이 곤두박질쳐진 듯 아찔하다. 길은 어디인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다시 일어나 나아가야 할 방향마저 모호할 지경이다. 조금씩 '어제'라는 날을 복기해냈다. 그래, 산에 올랐지. 까마득한 세상을 굽이쳐 오른 묏부리를 잡아 흔들 듯 매달려 있던 시간들. 바위 틈 햇살 상큼한 자리를 찾아 제철음식이라며 준비해 온 대하로 요기를 했다. 새벽 수산시장에 들러 사 왔다는 대하가 많기도 하다. 너도나도 곁들여 기울이던 술이 떨어지자 참지 못하고 내려와서는 이차, 삼차를 마구 내달린 탓이다. 그만 마시자고, 몇번이나 일어났다가 폭주기관차에서 함께 떠들며 만류하는 친구들에게 붙잡혀 주저앉곤 했다. 착한 이들이 고집이 발동하면 포기하거나 굽힐 줄 모른다. 애당초 개개인의 가외 사정이야 묻어둔다. 처음엔 저마다의 술을 마셨는데, 나중에는 이도저도 귀찮아 하다보니 독한 소주 한 가지만 돌아다녔다. 그게 하나가 되는 길이라고, 우리뿐이라고 소리치며 호응하다보니 밤 늦도록 인원이 줄어들기는커녕 여기저기 연락해 나중에는 탁자를 갖다 붙이기도 버거웠다. 전체주의적 독단이 그렇도록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모두 이루어질 것처럼 떠들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 마음속 추를 잃어버린듯 진정할 수 없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다들 익숙한 것만 받아들이며 살길을 찾아 헤매이는데, 어릴 적 무논 가득하던 개구리밥처럼 떠있기만 했다.














James Horner, The Ludlows('Legends Of The Fall'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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