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동전 수집 결말

*garden 2017. 1. 5. 12:24




뉴스 말미에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건 부자 이야기가 나왔다. 이유가 쪼잔하기 짝이 없다. 돈 일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혀를 찼다.
"그깟 푼돈 때문에? 차암, 할 일도 없네."
그가 매도할 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찮은 우수리라며 푼돈을 쉽게 생각한다면 돈을 만지는 은행에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결국 소송을 건 부자가 이겼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원칙이 꼭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길에 백원짜리가 떨어져 있다.
"엇, 이것 봐."
일행을 불렀다. 헌데 나를 말린다. 동전을 주우려다 말고 끌려간다.
"가만 있어 봐. 이건 돈의 유통에 대한 문제야."
"야야, 동전을 주우려고 몸을 굽히는 사이에 다른 건설적인 아이디어나 짜내."
길에 떨어진 동전을 무시한 친구처럼 우리 아이도 동전을 쓸 줄 모른다. 외국에 나가 있을 때에도 동전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들어올 적마다 그 나라 동전을 한 아름씩 들고 왔다. 어떤 때에는 천원짜리도 하찮은지 식탁에 던져 두어 이리저리 채이기 일쑤이니. 동전을 안쓰는 건 식구들 모두 마찬가지이다. 생긴 동전을 죄다 갖고 와 내던져 둔다. 집 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동전이 종종 거슬린다. 어느 날 작정하고 뒤져서 끌어모았다. 은행에 가자 창구에서 기겁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가끔 표정이 너무 정직해. 새삼 나를 두어 번 올려다보는 은행원. 일면 가소롭다는 눈치인지. 동전을 세는 기계를 가리키며 억지웃음을 짓는 듯하다. 누군가 억하심정으로 알바생 월급을 동전으로 지급했다고 뜬 뉴스를 보았는데, 이 은행원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짓궂은 요구를 하고 싶다.
너도나도 하찮게 생각하는 동전. 그러다보니 동전 대부분이 유통되기보다 서랍이나 돼지 저금통 등에서 잠자고 있다. 또한, 돈 있는 사람들은 은행 등에 맡기기보다 은밀한 곳에 고액권을 쟁여놓고 있다고 한다. 이제 회사 생활이 끝나는 조폐공사 등에 다니는 친구들은 돈이 유통되지 않아 입지가 좁아졌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우체국 등에서 사용하던 우표마저 안찍는다고 하니 그 파급이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긴 돈을 주고받는 상거래도 드물다. 결제 계좌에서 바로 이체해 버리니 예전처럼 돈을 만질 일도 없다. 며칠 전 택시를 이용하고 그 삯으로 현금을 내자 '잔돈이 없다'며 기사가 난색을 표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가 대세이다. 전자금융환경도 무르익어 비트코인 등 디지털 통화는 물론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등이 널리 사용된다.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 등 전자금융서비스가 확산 일로이다. 여기에 편승해 동전 발행도 해마다 줄고 있다고 한다. 새해에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전개한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국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시행한다고 했다. 이미 벨기에 등에서는 구십삼 퍼센트 이상의 거래가 현금 없이 이루어진다고 하며, 스웨덴에서도 대중교통 요금을 현금사용 금지로 규정하고 있다니 자못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 다들 몰입하는 중이다. 친구들은 술 한잔 걸치면, 예전 봉급봉투를 챙겨서 안주머니에 넣어 가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 적도 있었는데 말야."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게 대수인가. 봉투를 내밀며 우쭐하던 기분을 당최 느낄 수 없는 가장의 비애는 한갓 투정일 뿐이다. 수집한 동전을 새로 산 수집책에 넣는 작업을 몇날 며칠 했다. 이게 어느 나라의 어떤 동전이라고 명기해야 하는데, 귀찮은 작업은 내팽개쳤다. 어쩌면 나 혼자 고집부리며 구식 경제로 회귀해야 마땅하다고 부르짖는 건 아닐까. 식구들은 세상 사는 지혜를 태생적으로 익히고 있는데.







Gandalf,
once In A Star, Brightene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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